0908@Musée-Guimet

by 알스카토


예전 김홍도의 풍속화 사계풍속도병을 사진으로 보게 됐을 때, 익숙한 그림체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림이라, 사진을 보여준 사람에게 어디 가면 원본을 볼 수 있느냐 물었다. 그는 '김해박물관에 있어서 안타깝게 원본은 보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김해가 서울서 멀긴 하지만, 아예 못 볼 거리는 아닌데 뭐 저리 단정적으로 말하나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그 김해는 경상남도 김해가 아닌, 프랑스 파리의 유명한 동양 박물관 기메 Guimet를 말한 거였다. 루브르 박물관의 나라답게 프랑스의 수집욕구는 동양의 보물에도 닿아있었고, 체르니우치 박물관, 기메 박물관 같은 동양의 그림과 예술작품을 모아놓은 곳이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 아시아 보물을 모아놓은 케브랑리 박물관도 있다) Scène de genre, 즉, 풍속화란 제목으로 무성의하게 소개된 사계풍속도병은 양반의 4계절 일상을 특유의 풍자와 비틀기 유머로 선보인 김홍도 풍속화의 정수이며, 규모도 커서 한국에 있었다면 최소 보물. 국보 지정도 가능했을 작품이다. 프랑스 외교관 루이 마랭이 시장에서 구매해서 프랑스로 가져간 뒤 사후 기메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1999년에야 이 작품의 존재가 한국에 알려졌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해 기메 박물관을 3번이나 찾았다가 허탕을 친 뒤, 드디어 오늘 실물영접을 했다. 한국였으면 방탄유리 안에 있을 작품이 그냥 놓여있어 근접 관찰이 가능했고, 세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래있었지만 아주 가까이서 오래 바라볼 수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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