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1@Rue Mouffetard

by 알스카토
Rue Mouffetard

헤밍웨이는 1차 대전 이후 신문사 특파원으로 파리에 살았다. 당시의 경험을 <움직이는 축제 Movable Feast>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남겨놓았으며, 헤밍웨이가 살았던 5구의 첫 번째 아파트엔 팻말도 붙어있다. 그가 남긴 기록을 보면, 책 살 돈이 없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의 관대한 사장 실비아 비치의 도움으로 독서를 하고 근처에 살았던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에게 이쁨 받으며 좋은 술과 와인을 얻어 마셨던, 그렇게 배를 가득 채우고 뤽상부르 공원을 가로지르며 만족해하다가도, 식당에서 거물 제임스 조이스를 만나면 부끄러워 차마 인사도 못했던 헤밍웨이의 모습이 잘 담겨있다. 파리서 만난 친구들 얘기도 흥미롭다. 헤밍웨이가 가장 착한 사람으로 인정한 에즈라 파운드가 불행한 친구 TS 엘리엇을 돕기 위해 애썼으나 곧, 엘리엇이 '황무지'로 스타가 돼서 도울 필요가 없어진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로 이미 유명 작가였던 스콧 피츠제랄드가 신경쇠약에 걸린 아내 젤다를 돌보느라 불안해하며 술을 들이켜고 여행 약속을 펑크 낸 일화, 밥 잘 사주는 누나 거트루드 스타인 여사가 요즘 젊은 작가들을 비꼬며 그들을 '잃어버린 세대'라고 비하한 대화 등이 지금도 남아 있는 파리 지명과 함께 소개되니, 마치 해외여행 중인 인플루언서의 SNS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동네인 사진 속 무프타흐 거리나 콩트르스카르프 광장은 술주정뱅이가 많은 지저분한 골목으로 묘사가 되지만, 지금은 팡테옹 근처의 꽤 힙한 동네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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