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0@Hôtel de Ville

by 알스카토


파리의 늦더위 나기가 참으로 험난하다. 파리 더위는 한국 더위와 경향성이 다른데, 일단 건조한 더위다. 습한 더위보단 낫다지만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폐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가 숨을 막히게 한다. 건조한 더위는 햇빛 차단으로 막을 수 있어서, 볼레라 불리는 차양막을 내리고 창문을 꼭 닫아 집을 동굴로 만드는데, 공기가 뜨겁긴 마찬가지다. 2-3시가 무더위의 정점인 한국과 달리, 해가 지는 9시까지도 무더위가 지속된다. 낮동안 달궈진 대지의 열기가 늦은 시간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해가 져도 여전히 무더워 힘들다. 문제는 에어컨이다. 한국의 유비쿼터스 에어컨 문화에 익숙한 내게 에어컨 없이 더위를 난다는 건 상당한 도전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듯, 8-90년대처럼 쉴 새 없이 찬 물로 등목을 하고 얼음을 사탕 먹듯 입에 넣어 어찌저찌 버틴다. 무더위의 지속으로 파리 도심이 한산하다. 건조한 열기가 시청 광장에서 사람들을 몰아냈다. 그래도 습도가 낮아서, 한낮에 야외 카페 그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면 좀 견딜만하다. 낮동안 동굴 같은 집에서 나와 카페서 더위를 피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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