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를 접하다 보면 어려운 점 한 가지가, 독일과 이탈리아가 없다는 점이다. 프로이센은 뭔가.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제노아, 파르마 등등의 수많은 공국들은 또 뭐지. 알다시피 현 유럽의 주축인 두 나라는 통일을 늦게 했다. 그나마 독일 통일은 비스마르크가 이끈 프로이센 중심으로 작은 공국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한, 즉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승리한 전리품 같아 이해가 심플한데 이탈리아는 좀 더 복잡하다. 이탈리아 북부+사르데나섬이 이탈리아 반도의 고만고만한 왕국들을 하나씩 무력 흡수해 간 방식. 때문에 독일 통일과 달리 이탈리아 통일은 누군가(남부의 나폴리나 시칠리아)에겐 불행이었을 수 있던 사건인 셈이다. 통일 달성 과정이 꺼림칙해서였을까. 이탈리아는 '우리 통일했어요'라는 대내외 상징이 필요했고, 당시 통일을 주도했던 샤르데나 왕국의 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를 기념하는, 일명 조국의 제단이라 불리는 초대형 건물을 세운다. 파리의 개선문과 같은 국가의 상징이 되길 바랐지만, 이탈리아 땅엔 로마 유적이 너무 많은 관계로 덜 알려진 느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경기는 통일 당시 남아있던 앙금을 분출하는 합법적 루트가 되었고, 늘 경기 분위기가 살벌하다. 지난해 나폴리가 축구 우승을 나라의 독립처럼 기뻐하는 덴 다 이유가 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