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5,6구의 좁은 골목을 걷는 가장 큰 매력은, 마치 과거 중세 시대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는다는 점이다.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고대 유물이며, 매일 건축물을 닦고 광내는 건지, 동네가 오래됐음에도 깔끔하게 잘 보존돼 있다. 이런 점에서 파리는 섬세하고 꼼꼼한 문화재 복원가의 인상이다. 반면 로마는 쉬크하다. 걷다 보면 파리와 비교할 수도 없는 오래된 건축물이 마치 50-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처럼 무심히 놓여있다. 별다른 보수 유지도 안 하는지 건물엔 때가 가득하다. 파리는 오벨리스크나 높은 원주형 탑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주변에 광장을 만들거나 펜스를 꾸미는 식으로 유물을 돋보이게 하는데, 로마는 발에 치이는 게 오벨리스크라 관리가 어렵다는 태도로 그것들을 방치해 놨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무너지지 않은) 판테온이 동네 오래된 아파트처럼 광장에 조명도 없이 놓여있다는 점. 프랑스인들이라면 과연 저 위대한 건축물을 얼마나 화려하게 포장했을까 궁금할 정도다. 서기 125년에 지어진, 무려 1,900년 된 건물도 쿨하게 다루는 모습에 파리가 따라올 수 없는 로마의 포스가 숨겨져 있다. 물론 팍스 로마나의 그 로마인데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