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왔던 유럽 여행. 첫 목적지였던 암스테르담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첫발을 내디딘 유럽 땅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덥고 힘들어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로마에 도착했을 때 소매치기를 당했다. 콜로세움 앞이었고, 함께 갔던 친구들은 그날의 일정, 콜로세움-포로 로마노 구경을 포기하고 나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20년이 넘게 지나서, 다시 콜로세움 주변을 찾았다. 거대한 콜로세움 규모는 약 2.000년 전 로마가 얼마나 강력한 국가였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 줬지만 더 놀라운 건 콜로세움 근처에 무심하게 서있던 개선문였다. 나폴레옹을 감탄하게 만들었던, 파리 에투알 개선문의 원형이 콜로세움의 별책부록처럼 소박하고 겸손하게 세워져 있었다. 물론 이 구역의 하이라이트는 포로 로마노였다. 규모도 놀랍지만, 폐허와 남아있는 건물의 황금 비율덕에 관광객들은 경탄과 멜랑콜리를 오가며 그 시절을 한참 상상하게 된다. 한국에선 박혁거세가 황금알에서 깨어나고 있을 때 로마의 황제들은 대규모 도시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눈으로 보면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유럽 전체를 루브르 박물관으로 비유하자면 이곳은 내게 마치 줄 안 서고 볼 수 있는 <모나리자> 같은 곳이었으며, 나의 부주의 때문에 이곳을 볼 기회를 놓친 배낭여행 대학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