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5@Ljubljana

by 알스카토


혼동하기 참 쉬운 이름이다. 슬로베니아와 슬로바키아. 둘 중엔 체코슬로바키아 때문에 슬로바키아가 익숙하다. 슬로베니아는 그 근처에 있는 비슷한 문화권의 동유럽 국가정도로 인식했다. 물가가 싸고 개발이 덜 됐지만, 무질서하고 치안이 불안정한 도시 정도를 기대한 것. 이 모든 게 큰 무지였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 와서야, 사실 이 나라는 슬로바키아와 꽤 떨어져 있으며,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중 하나라 동구권 문화에 속했던 건 맞지만, 일찍이 유고연방에서 독립해 유럽 연합에 합류한, 인접국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서유럽 국가임을 알게 됐다. 이탈리아 근처라 와인도 유명하고, 오스트리아 근처라 커피도 유명한, 뭔가 유럽의 숨은 알짜배기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면적도 작고 수도 류블랴나도 아담해 볼거리가 넘쳐나는 도시는 아녔지만, 내가 오기 전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슬로베니아는 합스부르크와 오스트리아, 오스만 제국의 다퉁 사이에 껴 새우등이 터진 국가 신세로 지내다 결국 유고슬라비아에 먹힌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데, 정작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평생 이놈 저놈에게 지배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누가 새로운 점령자가 되건 우리끼리 잘 적응해서 잘 살자 식의, 현대인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와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 덕에 평생 지배를 받으면서도 모국어 슬로베니아어를 지킨 게 아녔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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