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프티팔레에서 하는 뒤러의 판화 작품과 보기 힘든 렘브란트, 고야의 판화, 에칭 그림을 보러 건물 입구에 도착했을 때, 어색한 게 느껴졌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 걸까. 마치 깔끔하게 면도한 류승용의 얼굴을 보는듯한, 뭔가가 달라지긴 했는데 딱히 뭔지 알 수 없는 느낌이랄까. 답은 프티 팔레가 아닌 맞은편 그랑 팔레였다. 파리 도착 이래로 2년 넘게 모습을 숨기고 공사 중이었던 파리의 명소. 여기서 파리올림픽 펜싱 경기를 한다고 했으니 그전에 공사를 마무리하겠지만, 과연 보고 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였다. 임시 설치물로 그랑 팔레 외벽을 둘러쳐 꼭대기의 유리 천장과 조각상 일부를 빼곤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 그 앞을 지나다 보니 임시 설치물을 치웠던 것이다. 여전히 공사 중이지만, 전체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 물론 여기는 들어가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1900년 만국박람회 준비를 위해 세워진 그랑 팔레는 천장이 통유리라 빛이 예술적으로 들어온다는데,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그 모습에 반해 2005년부터 샤넬 패션쇼를 이곳에서 열었고, 그때 인연이 시작돼, 샤넬이 그랑팔레 공사에 약 330억 원을 후원했다. 겨울엔 실내 스케이트장도 열린다는데 겨울 전에 공사가 마무리되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