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Château d'Angers

by 알스카토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를 간다는 건, 특히 아이들의 어떠한 목적도 충족시켜주지 않을 장소를 여행한다는 건 몹시도 험난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저항을 무릅쓰고라도 가보고야 말겠다는 나만의 위시리스트가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왕들의 대관식이 이뤄졌다는 랑스 대성당, 루앙 대성당의 화려함에 비벼볼 수 있다는 스트라스부르 성당, 루이 14세를 자극해 베르사유 궁전을 탄생시켰다는 보르비콩트 성과 루아르 강가의 샹보르 성 등등. 앙제 성도 그중 하나였다. 이곳엔 앙제 공작였던 루이 1세의 주문으로 5년간 제작했다는, 초대형 태피스트리가 있기 때문이다. 높이 6미터에 길이 140미터, 6개의 대형 태피스트리를 연결해 요한묵시록의 무시무시한 내용을 묘사한, 현재 남아있는 거의 유일한 초기 태피스트리 작품이다. 가면 용이랑 싸우는 천사가 나올 거야, 목이 여럿 달린 사자도 있어, 엄청 길고 크다 같은 말로 설득하기엔 애들은 이미 너무 컸다. 비장의 무기 도마뱀카드를 썼다. 실제 앙제 성 정원엔 도마뱀이 많았으며, 이번엔 속지 않았다고 아이들은 만족스러워했다. 태피스트리는 실제 보니 일단 규모에 압도되고, 저 거대한 그림을 실로 짜낸 정성에 탐복했지만, 성경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긴 어려웠다. 가이드 투어라도 하며 찬찬히 보고 싶었지만, 햇살은 뜨겁고 도마뱀에 싫증을 느낀 아이들이 이제 가자고 졸라대는 통에, 이번에도 '왔다 갔다'를 인증한 수준에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앙제 성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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