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밑이 어둡다고 집, 사무실 주변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곳 풍경엔 모든 감각이 무뎌져 더 이상 자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하지만 어제 퇴근길에 평소 쉽게 볼 수 없는 붉으면서도 노란 노을을 보고 사진을 찍었더니, 어랏 이곳도 꽤 괜찮네 싶었다. 생각해 보면 처음 이사 왔을 때 집 앞 상점들의 이국적인 모습을 보며, 이곳들의 단골이 되겠지 생각했었다.(물론 단골 안 됨) 예전 누군가가 루브르 박물관 앞 히볼리가를 두고 파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긴 거리(물론 사실이 아녔다. 7번째던가)라고 해서 가장 긴 거리가 어딜까 찾아보니 내가 살고 있는 보지하르 거리였다. 이유 없는 뿌듯함이 생긴 뒤로 파리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정보를 꼭 전해준다. 보지하르를 따라 쭉 걷다 보면 뤽상부흐 공원이 나오고, 센강 쪽으로 걸어가면 갈수록 오스만식 주택이 많아진다. 물론 나와 아내가 파리에 처음 도착해 이민가방을 끌고 이곳을 걸었을 땐 어떤 풍경도 보지 못했었지만. 아마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그리워질 풍경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