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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Oct 20. 2023

1019@Palermo


예전 아이 친구 학부모 중 한 분은 아이가 말을 안 듣거나 공부를 게을리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너 그러다 거지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교육적 옳고 그름을 떠나 효과가 좋았고, 한 번은 거지 사진을 검색해 보여준 적도 있다고 하셨다. 프랑스에 와서 그분이 떠올랐다. 왜냐면 그분의 거지 협박이 프랑스에선 안 통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특히 파리 강서 쪽(서안) 거지들은 구걸을 하는 행위를 빼면, 알렉산더 대왕에게 해를 가리고 있으니 좀 비켜달라고 말했던 그리스 견유학파 디오게네스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웃들이 갖다 주는 음식으로 요기하고 구걸해서 받은 돈으로 싸고 독한 맥주를 마시다가 숙취 몰려오면 그냥 자는 자유로운 삶. 팔레르모에서 만난 거지분은 키우는 개, 고양이들과 뒤엉켜 주무시고 계셨는데 진심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패션의 나라 출신답게 옷은 전부 아디다스로 빼입고 있었고, 면도를 안 해서 그렇지 사실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남이었다. 저렇게 제멋대로 사는 팔레르모 거지를 보니 상사가 코비드 백신 맞은 날 하루 빼면 당시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던 삼성전자 친구가 떠올랐고 동시에 마크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이 톰에게 하던 '넌 왜 그렇게 힘들게 살고 있냐'식의 잔소리도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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