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루브르 야간 개장 있는 날. 평소보다 그룹 관광객이 좀 더 적은, 한산해서 그림 보기 훨씬 좋은 시간이다. 모나리자 같은 경우, 보통 줄을 오래 서는 건 둘째 치고, 직원들이 관람객들을 매우 엄격하게 다루는데 반해, 어제는 정해진 라인을 넘어 사람들이 셀카를 찍건 말건 직원 네 분은 둘둘 짝지어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게 바로 프랑스식 사데팡(ça depant). 모든 것이 그때그때 다르다. 관람객 총 수는 줄었지만 좀 더 마니아스러운 사람은 늘어나는데, 어제 한 고령의 여성은 함무리비 법전 앞에 서서 조각을 한참 보고 있었다. 아마 해당 전공자가 비석에 새겨진 법전 내용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난 글씨 자체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사람이 줄어들어 생긴 공간에선 사진 속 팝업 강의가 진행중였고, 옆에선 미술학도 여럿이 그림을 모사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덜 알려진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청중들 리액션이 어찌나 좋던지 불어만 할 줄 알았다면 도강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여유로운 불금 풍경을 보고 있으니, 프랑스엔 부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루브르 보유국이란 점이 유달리 더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