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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Oct 22. 2023

1021@La Verrière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갔다. 파리에 혼자 남은 나는 아주 짧은 싱글이 됐고, 평소 아이들 때문에 못했던 파리 관광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박물관 성 성당 3 요소가 떠올랐지만, 사실 프랑스 느낌이 물씬 나는 식당이나 카페도 가본 적이 없었다. La Verrière는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옆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호텔 안에 있는 고급 찻집이다. 커피와 간단한 주전부리 세트가 17-18유로나 하는 비싼 곳이지만 역시나 대기 줄은 길었다. 아이들과 함께 식당  대기는 불가능한 일.  기쁜 마음으로 인테리어를 감상하며 기다렸다. 그랑팔레를 연상시키는 통유리 지붕에 고풍스러운 테이블과 가구, 초록 나무 장식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손님들 대부분은 호텔 투숙객 혹은 나처럼 속성 파리체험을 원하는 관광객이었고, 프랑스인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자리는 나지 않았고, 조바심 나는 내 표정을 본 직원이 그냥 바에 앉겠냐고 물었다. 난 고개를 끄덕였고 자기네들의 세트 메뉴를 설명하던 직원은 '근데 손님 카드 안 되는 거 알고 계시죠'란다. 어이없어하는 내 표정을 읽고 '수표는 받습니다'라고 덧붙이는 직원. 21세기 최고급 호텔에서 카드를 안 받다니, 과연 프랑스 느낌 확실한 카페에서 가장 프랑스스러운 경험을 내게 선사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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