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스 대성당을 가고 싶었다. 성당의 규모나 화려함은 둘째 치고, 프랑스왕의 즉위가 이뤄졌던 상징적인 장소기 때문이다. 백년전쟁 당시 랑스 지역을 영국에 빼앗겨 프랑스는 왕 즉위식도 못하고 있었고, 잔다르크 덕분에 샤를 7세는 겨우 왕이 될 수 있었다. 랑스 대성당의 권위가 그렇게 어마무시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게으름 피우다 보니 2시간 가까이 운전해야 하는 랑스가 부담스러웠고 꿩대신 닭이라고 파리에서 약 100km 떨어진 아미엥 대성당으로 향했다. 노트르담 성당보다 규모가 더 큰 최고의 고딕 건축물에 닭이란 표현은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짓는데만 50년이 넘게 걸렸고, 당시 천국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고딕 성당의 높이를 조금씩 높이다 지금의 높이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예전 벨기에 브뤼헤 성당 앞까지 갔다가 애들의 성화에 내부 관람은 건너뛰었는데, 나중에 그 안에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영화 모뉴먼츠맨의 주요 모티브였던 그 조각)이 있는 걸 알게 되고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내부를 수색하듯 꼼꼼하지만 여유 있게 구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