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는 머리카락 같던 낙엽을 보며 가을을 떠올렸던 게 엊그젠데 벌써 출퇴근길이 어둑어둑해지고 하루 걸러 한 번씩 흐리고 비가 내리니, 가을 뒤에 있는 겨울 마녀의 그림자가 벌써 어른거린다. 이스라엘-가자 전쟁 뉴스는 아직도 모든 언론의 주요 관심사다. 가자 지구의 병원 파괴 소식에 이어, 오늘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만행을 기록한 영상을 외신에 공개했다. 이민자가 많은 파리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대통령이 긴급 국민 회견을 열고 사회통합을 강조했을 정도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회 전면 금지 조치를 피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산발적으로 열린다. 거리 곳곳엔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의 석방을 요구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퇴근길 에펠탑 주변은 날도 황량한데 사람도 평소보다 적었다. 탑도 특유의 화려함을 잃은, 음산한 분위기였다.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침울한 건 파리의 겨울이 서서히 다가오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동에서 계속 들려오는 민간인의 사망 소식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저 월요병의 징후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