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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Nov 08. 2023

1107@Rue de L'École de Médecin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곳이 파리라지만, 그중에서도 의대 골목은 좀 더 특별하다. 이곳이 의대 거리가 된 건 실제 주변에 의대가 있기도 하지만, 그 기원은 1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파리의 의사들이 이곳에 모여 살았던 것. 물론 당시엔 내과 진료를 맡은 의사들만 학자로 대접받았고 외과 시술은 그저 이발사들이 담당했다. 프랑스혁명 시기에 지금도 남아있는 의대가 세워졌다. 또한 혁명 당시 이 골목은 급진파들이 모여 논쟁을 벌이던 클럽이 있던 곳인데, 자코뱅파를 이끌던 세 명의 리더 중 로베스피에르에게 목이 잘리는 2인, 카미유 데물랭과 조르즈 당통이 클럽을 만들었다. 샤를롯 코르데이라는 소녀에게 암살당하는, 또 다른 혁명파 핵심 멤버 장 폴 마라는 실제 이 거리에 살았다.(물론 죽은 곳도 여기) 시인 보들레르는 아예 이 거리에서 태어났는데, 훗날 '백조'란 시에서 도시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보다 빨리 변한다며 동네의 변화를 한탄했다. 건물이 얼룩덜룩한 게 보수나 재건축의 흔적이 많긴 한데, 그럼에도 내겐 의대 거리의 좁은 골목길이 우디 앨런의 영화처럼 프랑스의 과거로 들어가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파리의 특별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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