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어떻게 서양이 세상을 지배하게 됐는지 물으며. 과학혁명을 이야기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로 대변되는, 지식을 무기로 쓰고자 했던 마음이 생겨난 게 결정적이란 건데, 이는 단순한 기술 수준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의 기술은 오랜 기간 세계 최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라리는 어째서 탐욕적 마음이 유럽에서 유독 강했는지에 대해선 답을 피한다. 여기서 내 뇌피셜이 시작된다. 외아들과 다둥이 형제자매 이론. 중국은 지식을 굳이 무기로 쓰지 않아도 주변 국가들을 무시할 수 있던 외동자식의 멘탈리티를 지녔다면, 서양은 잠시만 방심해도 멸망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살기 위해 죽인다는 투쟁의 멘탈리티를 지닌 게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그것이 동아시아의 학문을 자기 수양 및 개인 정진의 도구로 만들었다면, 서양 학문은 아는 걸 힘으로 썼던 것이다. 당연히 수양을 위한 공부 열의보단 생존을 위한 공부 열의가 강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게 프랑스도 서양의 큰형답게 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물이 루브르 박물관의 1/3에 해당하는 보물들인 것이다. 어제 아이들에게 루브르를 보여주며 이 생각을 했는데, 마침 다리 아프다 투정하는 애들이 잠시 쉬던 의자 창 너머로, 1795년부터 지식 무기를 부지런히 만들던 경도 연구소' 일명 프랑스 지리학 연구소가 보이자, 파리 중심에 모여있는 지식 군수 공장을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