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역시 고색창연한 매력이 있다. 파리 동쪽 10구에 위치한 포부흐생드니 거리도 과거의 흔적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곳 중 하나다. 정면의 생드니 문은 루이 14세 때 완공됐는데, 전쟁을 사랑했던 왕과 그의 군대가 활약한 모습을 문에 새겨놨다. 과거 이 거리로 마차가 다녔으며, 이 길을 쭉 따라가면, 왕들이 묻힌 생드니 교회가 나온다. 지금도 시장과 식당이 많아, 관광지와 다른 현지인의 실생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이곳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인 쿠르드족 케밥집이 있다. 아무런 양념도 없이 고기를 구운 불맛으로만 맛을 내는데 맛도 기가 막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오랜만에 파리에 돌아왔으면 이런 소울 푸드를 먹어줘야 한다. 얼핏 보면 서민들이 사는 동네인가 싶은데, 사실 10구는 요즘 젊은 파리지앵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동네가 됐다. 우리로 치면 상수동 혹은 홍대 기찻길 공원 부근 느낌이랄까. 젊고 핫한 동네인데, 또 한 편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선 여전히 매춘부들이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힙하지만 파리 뒷골목 느낌도 고스란히 갖고 있는 매력적인 파리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