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숙박비가 늘 비싼 건, 당연 파리를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인데, 관광객 외에도, 온갖 종류의 국제기구 본부가 있다 보니 1년 내내 세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회의가 끊이지 않으며, 엑스포의 나라답게 다양한 분야의 박람회가 열린다. 매년 11월 초엔 그랑팔레 에피메르에서 파리 포토가 개최된다. 올해로 26회를 맞는 나름 신생 행사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사진들이 모인다고 하여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았다. 물론 박람회답게, 실제 와보니 단순 전시회가 아닌, 구매자와 판매자의 계약이 이뤄지는 비즈니스의 장이었으며. 여느 파리 박람회처럼 전부 다 보는 건 불가능할 정도로 넓고 작품이 많았다. 오르세와 퐁피두를 합친 것처럼 감성을 흔드는 사실주의적 작품부터, 난해한 현대 회화 같은 작품까지 다양했는데, 올해는 특히 여성 사진작가에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인상적인 사진이 많아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사진을 사진으로 찍다 보니, 대학 수업 때 그렇게 이해가 안 가던,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의 상실'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색보정이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엔 더더욱. 사진의 일부를 찍어 제멋대로 편집한 사진은 누구의 작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