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파리는 꽤 많은 노력을 하며, 실제로 연말 샹젤리제의 조명은 관광객의 첫인상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파리 조명의 끝판왕은 역시 에펠탑인데, 기본 조명 외에도 고담시 배트맨 호출 조명에 반짝이 조명이 추가되니 과연 화려하긴 하다. 당연히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드는데, 야간 조명 전기료만 매일 2,700유로, 380만 원이 나간다. 심지어 조명 관리는 외주화 되어 있다 보니 조명을 바라보는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고 불평한다. 에펠탑의 2019년 티켓 수입이 8,700만 유로, 1,200억이 넘는 걸 생각하면 프랑스인의 투정은 너무 쪼잔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물론 세금 불만이 에펠탑 전기세로 튄 거겠지만. 그래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세를 아끼겠다며 새벽 1시의 에펠탑 일몰 시간을 밤 11시 45분으로 당겼다. 그러고 보니 이맘때 샹젤리제 거리를 밝혔던 조명도 아직 꺼져있는 걸 보니 전기세가 오르긴 올랐나 보다. 그렇다면 에펠탑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스폿은 사진 속 장소. 에펠탑의 매력은 진보에 대한 강렬한 믿음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철의 에너지, 물질적 특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전히 어두위기 직전, 막 조명이 켜진 순간에 그 압도적 힘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