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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Nov 16. 2023

1115@Rue Lincoln


이번주 일요일 주간 일기예보를 보며 가을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지난주도 비와 맑음이 퐁당퐁당 이어지더니 이번주는 연일 비와 흐림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그다음 해엔 아주 혹독하게 파리의 겨울을 보냈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2-3일만 이어져도 벌써 겨울인가 싶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사실 수요일밖에 안 됐지만 체감상 2주 정도 해를 못 본 것 같았는데 오늘 출근길에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이 잘 버텨주고 있구나 싶었다. 광합성을 위해 발코니로 나갔더니, 이 소중한 순간을 만끽하는 게 나 혼자는 아녔다. 맞은편 건물 다락방의 고양이가 오전 일과는 일광욕이 전부라는 기세로 맞은편 인간의 사진 촬영에도 아랑곳 않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검정고양이는 파리의 상징이며, 예술가의 자유를 의미하는 이미지인데, 겨울 초입에 다락방에서 해 쬐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니, 여기가 파리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고양이의 짧은 행복은 먹구름과 함께 곧 사라지고 말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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