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일요일 주간 일기예보를 보며 가을이 끝났음을 실감했다. 지난주도 비와 맑음이 퐁당퐁당 이어지더니 이번주는 연일 비와 흐림이다. 처음엔 멋모르고, 그다음 해엔 아주 혹독하게 파리의 겨울을 보냈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는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2-3일만 이어져도 벌써 겨울인가 싶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사실 수요일밖에 안 됐지만 체감상 2주 정도 해를 못 본 것 같았는데 오늘 출근길에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을이 잘 버텨주고 있구나 싶었다. 광합성을 위해 발코니로 나갔더니, 이 소중한 순간을 만끽하는 게 나 혼자는 아녔다. 맞은편 건물 다락방의 고양이가 오전 일과는 일광욕이 전부라는 기세로 맞은편 인간의 사진 촬영에도 아랑곳 않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검정고양이는 파리의 상징이며, 예술가의 자유를 의미하는 이미지인데, 겨울 초입에 다락방에서 해 쬐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니, 여기가 파리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고양이의 짧은 행복은 먹구름과 함께 곧 사라지고 말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