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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03. 2023

1202@Châteney-Malabry


드디어 막내도 축구를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반강제적으로 형아의 연습 상대가 됐던 막내는 축구를 곧잘 했지만, 즐길 수 없는 환경에서 뛰어서인지, 프랑스 축구 클럽 가입을 완강히 거부해 왔다. 물론 어지간하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이상, 말도 안 통하는 다른 인종 사이에 섞여 운동하는 게 즐거울 리 없다. 하지만 아빠에겐 나름 한이 있었다. 남자의 인생에 운동실력이 미치는 영향과 중요성을 여러 번 느끼며, 나도 어려서부터 운동을 했다면 자존감이 지금보다 더 높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부모처럼, 나의 둔감한 운동신경은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막내는  확고했고, 아빠의 집요한 설득이 힘을 잃어갈 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축구 좋아하는 절친 따라 클럽에 뒤늦게 가입했다. 매주 토요일 큰애를 데리고 파리 근교 축구장 여러 곳을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막내의 시합은 생소한 곳에서 열렸다. 샤뜨네-말라브히. 소설가 볼테르가 태어난 유서 깊은 동네라는데 밤이 되면 살짝 무서워지는 동네 엉또니 옆이라니, 조심해야 할 수도. 다행히 날은 좋았고 막내도 열심히 뛰었다. 결과는 12-0, 완패였다. 결과가 뭐 중요하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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