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프랑 부르주아 거리. 프랑 부르주아는 중세시대에 너무나 가난해서 세금을 면제받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1350년대부터 파리의 도성 안에 사는 극빈층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물론 파리에서 가장 임대료와 월세가 비싼 곳 중 하나가 됐다. 프랑스인을 사귀던 한 한국 친구가 코딱지만 한 남자 친구의 방을 방문하고 진심으로 그를 동정했었다는데, 사실 이는 마레지구에 사는 친구의 재력에 감탄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또한 프랑 부르주아 거리는 파리에선 드물게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을 받아 건물 상당수가 파괴됐고, 전후에 대부분 복원됐다. 다시 지어진 건물엔 럭셔리는 아니지만 작고 화려한 가게들이 들어섰다. 물론 중세의 거리답게 골목은 좁고 늘 공사 중이라 번잡하다. 프랑 부르주아 거리와 쎄비네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서면 멀리 생폴 교회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곳은 알렉상드르 3세 다리에서 바라본 앵발리드 이미지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