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터 파리답지 않게 기온이 영하 언저리로 떨어졌다. 파리에 놀러 온 장모님은 본인은 몸에 열이 많다며 얇은 외투를 입고 나가시더니, 돌아와서 파리 추위의 불쾌함을 호소하셨다. 파리에 눈이 내렸다는 얘기가 sns에 보였지만, 눈에 대한 간절함이 만든 착시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눈이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어제 로댕 미술관 갔다 작은 연못이 얼었던 걸 본 애들은 간절히 눈을 바랐지만, 하루 종일 비만 내렸다. 파리가 잘 보이는 부감샷이 필요해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퐁피두 센터로 향했다. 5층에 오르자 마치 나의 부감샷을 기다렸다는 듯, 날이 개기 시작했고, 심지어 해까지 떴다. 이렇게 추위가 좀 가시나 싶었다. 퐁피두 센터는 일종의 문화센터기 때문에 전시실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 누구나 무료입장이 가능하디. 그래서인지 옆에 술 냄새 엄청 나는 젊은이가 다가와 자긴 아시아를 사랑한다며 귀찮게 굴었다. 베트남 음식 예찬을 늘어놓는 그 친구에게 허그 한번 해주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파리에서 한때 가장 더럽고 위험했던, 아름다운 마을 보부르 Beaubourg엔 여전히 낮부터 술에 취한 청년들이 많았고, 날이 어두워지자 텐트들이 하나 둘 세워지며 거대한 텐트촌이 만들어졌다. 보부르의 유구한 전통은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