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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13. 2023

1212@Statue équestre d'HenriVI


파리에 돌아오니 지하철에 사람이 줄었다. 벌써. 그렇다. 슬슬 프랑스인은 동면 준비에 들어간 거다. 파리지엥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건 유럽의 다른 관광객들. 날씨는 오락가락인데 앙리 4세 기마상 주변은 여전히 붐빈다. 우리에게 앙리 4세는 매주 일요일 프랑스인이 닭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준 어진 왕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왕이 이 말을 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닭이 프랑스의 상징이 된 걸 보면, 정말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닐 수 있다. 사실 그의 등장 자체가 드라마틱해서, 훗날 뒤마가 이를 소설로 쓰고 나중에 <여왕 마고>라는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신교 구교 갈등이 절정이던 시기, 신교였던 앙리 4세는 구교를 믿던 파리 귀족들에게 죽임을 당할뻔했는데, 훗날 신교도였던 그가 구교 프랑스의 왕이 됐으니 정말 놀라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일은 어찌 될 수 없으니 누군가와 척지지 말라는 교훈) 그가 즉위하고 구교도 대부분은 피의 복수를 두려워했지만, 앙리 4세는 낭트칙령(세계사 시험 단골 기출문제)을 발표하며 종교 갈등을 (일시적으로) 종식시켰다. 이것만 봐도 그는 선한 왕의 자질이 충분했다. 프랑스 기마상은 나름  복잡한 규칙이 있어서 말의 발 모양에 따라 왕이 전사했는지, 자연시 했는지, 혹은 암살당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데, 앙리 4세는 암살당했기 때문에 말이 앞 발 하나만을 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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