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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14. 2023

1213@Rue de Rivoli


이제 연말이 다가올수록 파리지엥은 더 줄어들고 비는 더 자주 내릴 것이다. 늦은 밤 히볼리 거리가 평소보다 한산하다. 가장 자주 걷는 거리 중 하나지만 걸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히볼리 거리는 나폴레옹이 이탈리아 히볼리 전쟁에서 거둔 큰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다. 지금의 파리 도시 개발 계획을 처음 세운 사람은 나폴레옹이고, 파리의 동서를 연결하는 히볼리 거리 프로젝트는 우리로 치면 경부고속도로 공사처럼 개발의 출발점 같은 사업였지만, 나폴레옹이 전쟁하느라  바빠서, 나중에 그의 조카, 나폴레옹 3세가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금도 가장 럭셔리한 거리 중 한 곳으로 관광객들은 히볼리가 226번지 안젤리카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부 인테리어를 구경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다. 그 옆엔 Meurice라는 고급 호텔이 있는데 2차 대전 당시 여기에 콜티츠라는 독일 장군이 묵었다. 그는 독일이 패전한 뒤 파리에서 철수할 때 파리의 모든 건물을 파괴하라는 히틀러의 지시를 거부했고, 지금의 파리가 있는 건 자신 덕분이라고 훗날 이 일화를 공개했다. 물론 파리에서 태어난 스웨덴인 외교관 노르틀링이란 사람이 자신을 설득했다는 내용은 빼고 말이다. 그가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면 파리의 관광객 수는 반으로 줄어들었을테니, 나치 독일의 장군이지만 그 부분은 감사해야할 것 같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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