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소비도시 파리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백화점 1층 쇼윈도 상품 전시를 갤러리에 모으면 충분히 돈 받고 보여줄 만한 수준의 전시회가 될 정도다. 프랑스는 프로이센에게 참혹할 만큼 자존심 상하는 패배를 당한 뒤, 그 억눌린 한을 비즈니스로 풀었다. 최초의 백화점은 싼 가게란 의미의 봉마르셰다. 수예 재료 가게를 한 사업가가 인수해 지금의 백화점으로 바꿔놨는데, 당시로선 물건을 안 사고 구경만 한다는 건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대신 마네킹, 포스터, 상품 전시 등으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할 장치를 만들어 수요를 만들어냈다. 봉마르셰 직원 한 명이 백화점 성공에 자극받아 두 번째 백화점 사마르텐을 만들었다. 그 뒤로 프렝탕,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들이 등장했고, 백화점 경쟁이 치열해지며 주인들은 건축 장식과 상품 전시에 더욱 공을 들였다. 사실 건물 구경만으로도 파리의 백화점은 충분히 방문할 만 한데, 물론 사람들의 욕망을 움직이는 방법을 아는 파리 놈들의 상술에서 빠져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백화점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