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스카토 Dec 25. 2023

1224@Pont Neuf


파리의 중심 중에서도 중심은 어딜까. 보통 퐁네프를 얘기한다. <퐁네프의 연인들> 덕분에 한국에서도 이곳은 유명했는데 당시 대부분이 퐁네프 다리라고 불렀다. 교양 불어 교수님은 '퐁'이 다리라는 뜻이기 때문에 퐁네프 다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말했다. 아는 척하고 싶던 학생 한 명이 그럼 9번 다리냐고 질문했고, 교수는 '네프'는 9란 뜻도 있지만 여기선 새롭단 뜻으로 쓰였다고 답해줬다. 이름과 달리 퐁네프가 가장 오래된 다리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파리에 정착한 최초의 부족, 파리시족은 시테섬과 루이섬에 자리 잡으면서 이곳이 파리의 중심부가 됐다. 파리의 현재를 완성한 건 나폴레옹 3세 시절, 오스만 남작이지만, 파리를 도시답게 만들기 시작한 왕은 앙리 4세다. 종교전쟁으로 정신없던 사람들을 낭트칙령으로 진정시키고 도시를 정비했는데 그 시작이 퐁네프였다. 앙리 2세 때 공사를 시작했다가, 돈이 없어 중단된 걸 앙리 4세가 와인에 소비세를 부과해 완성한 것. 지금도 퐁네프와 시테섬 끝자락이 만나는 곳은 돈 없는 젊은이들이 맥주 와인 하나 들고 와 시간을 보내는 낭만적 장소다. 괜히 레오 까락스 감독이 연인들을 이곳으로 보낸 게 아니었다만, 크리스마스이브엔 그 젊은이들도 전부 고향으로 내려갔고, 남은 건 관광객뿐. 그래도 오래간만에 노을을 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223@Pari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