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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24. 2023

1223@Paris


프랑스 사람들이 집착하는 음식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푸아그라, 거위간이다. 크리스마스엔 특히 더 빼놓지 않는 메뉴다. 바게트와 비슷하게 생긴, 좀 더 부드러운 빵을 토스트에 구운 뒤, 그 위에 무화과 잼 등을 바른 다음 푸아그라를 올려 식전에 먹는 식이다. 난 몇 번 시도했는데 항상 실망스러웠다. (순대 간도 안 먹는 사람이니..) 무엇보다 그냥 한번 먹어 보기엔 비싸다. 마트에서도 가장 싼 게 30유로 정도이니. 겨울이 되면 또 이들이 환장하는 게, 석화, 굴이다. 샤도네이 와인과 굴을 함께 먹는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늘 행복하다. 생각만으로도 기쁜 듯.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해 봤다. 이번엔 좀 더 충실하게. 에샬로트라는 작은 양파를 다진 뒤, 포도주 식초에 섞어 소스를 만들고, 레몬을 준비했다. 유튜브를 보며 어렵사리 석화를 열고 부르고뉴 샤도네이 와인과 함께 석화를 먹었다. 맛있겠다는 나의 의지 덕분인지, 혹은 소스의 신맛이 굴의 비린맛을 잡아줘서인지, 밖의 날씨가 하도 우울해서인지, 이번엔 ...다. 물론 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엔 못 미쳤지만. 혹시나 해서 초고추장도 준비했는데 굴 특유의 맛을 상쇄시켜 버리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감각은 별로 믿을 게 못 돼서, 플레이팅이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쌓아놓은 굴보다, 석화로 하나씩 먹는 게 더 맛있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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