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스카토 Dec 23. 2023

1222@Place du Trocadero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면 프랑스 사람들은 귀성길에 오른다. 우리에겐 크리스마스가 선물 받는 날. 혹은 연인들이 데이트하는 날 정도로 여겨지지만, 유럽인들에겐 가족들이 모이는, 우리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다. 역시나 우리가 명절에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듯, 프랑스인들도 크리스마스엔 푸아그라를 먹고, 통나무 장작 같이 생긴 롤케이크 부셰를 챙기고, 초콜릿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식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들의 전통에 따라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방인 입장에선 소외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의 명절 때 한번,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한번,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특히 그리워지는 이유다. 파리 거리를 걷다 보면 파리지엥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도시엔 관광객과 이방인들만 남는다. 트로카데로 광장 기념품 가게 주변엔 여전히 관광객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분주함에도 불구하고 그 풍경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이렇게 2023년도 다 저물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1221@Hôtel de la Mari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