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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22. 2023

1221@Hôtel de la Marine


연말이라 휴가 간 사람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휴가라고 나사 빠진 사람이 늘어난 건지, 요즘 지하철 운행이 특히 더 불안정하다. 어젠 누가 선로에 가방을 떨어트려 3호선 운행이 중단됐었는데 오늘은 1호선 역사가 터무니없이 붐볐다. 기다리는 게 의미 없을 것 같아 걸어가기로 했다. 같은 시간 동료는 12호선에 아픈 사람이 생겨 지하철 운행이 중단됐다며, 좀 늦을 것 같다는 카톡을 보냈다. 12호선 북쪽은 마약거래가 많은 곳이라 가끔 마약 중독자들이 쓰러지는 경우가 있어, 늘 운행이 불규칙하다. 콩코드 역을 나서니 날씨가 특히 음산해서인지, 오텔드마린 건물이 오늘따라 화려해 보인다. 오랜 기간 해군의 본거지였으며,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본부로 쓰던 곳이다. 건물 맞은편엔 릴 여신상이 있다. 콩코드 광장은 흥미로운 게 프랑스 도시 8곳을 상징하는 여신상이 중앙의 오벨리스크를 기준으로  각 도시가 위치한 방향에 설치돼 있다. 릴 여신상 옆엔 동쪽 도시 스트라스부르 여신상이 있고, 남쪽엔 리옹, 마르세유 여신상이 있는 식이다. 민중을 이끄는 리더도 여신인 것처럼, 의인화된 프랑스는 늘 여성이다. 파리 지하철의 불안정성은 지각하는 직장인들의 좋은 핑곗거리고 나도 조금 늦어버린 김에 콩코드 광장에 있는 여덟 도시 여신상을 구경했다. (신기한 게 자세히 보면 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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