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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Dec 21. 2023

1220@Bourse de Commerce


구 증권거래서, 현 피노 컬렉션 건물은 흥미로운 곳이다. 이야기는 16세기, 캐서린 드 메디시스에서 시작한다. 점성술 신봉자였던 그녀는 신혼집을 강남으로 잡으면 일찍 죽는다는 예언을 듣고 강북, 큰 시장이 있던 레알 지구 옆에 집을 짓는다. 그 저택은 이후 기둥 하나 남겨두고 다 철거되는데, 파리시는 그 기둥 옆으로 농산물 대형 창고를 세웠다. 식량 창고하면 지금은 하찮아 보이지만 굶어 죽는 게 제일 무섭던 17세기엔, 농산물 저장고가 민심을 달래던 최고의 장치였다. 이후 지금의 돔 지붕을 설치하고 상품을 사고팔던 공간으로 기능이 확장됐고, 나아가 증권을 거래하는 자본주의 파리의 메카가 됐다. 20세기 접어들며 박람회, 올림픽 등 대형 국제 행사를 치르던 파리는 돔 지붕에 벽화를 그리며 건물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빈, 증권 거래소의 기능이 사라지며 건물은 파리의 버려진 흉물로 전락한다. 이런 유적이 방치됐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데, 파리 입장서는 챙겨야 할 유적이 너무 많았으니 그랬을 수도 있겠다. 현 파리 시장 이달고는 구찌, 발렌시아가 등을 소유한 명품 그룹 케링의 대표 피노에게 건물 장기 임대를 조건으로 리노베이션을 제안한다. 이에 예술 마니아 피노는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고용해, 버려진 건물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뒤, 2021년 대중에게 공개했다. 다양한 피노 컬렉션의 현대 미술 작품이 전시 중인데, 작품이 난해하더라도 건물 감상만으로도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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