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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Apr 17. 2024

조상덕에 먹고사는 도시들과 피렌체

0414@Firenze

@Florence


     부자는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데, 부자 도시는 망해도 영원하다. 조상 덕에 먹고사는 부자 도시의 후손들. 아테네는 약 3,000년 전 유럽에서 가장 부자였고, 지금도 많은 관광객들이 서양 문명의 기원을 찾아 그리스 아테네를 찾는다. 다만 3,000년은 너무 긴 시간이라 과거 흔적이 온전하지 못하다. 역사 덕후의 시간 감수성이 없는 일반인에겐 덜 매력적이다.

15년 전에 갔던 아테네. 이곳의 진가를 알기엔 사전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약 1,000년 후에 갑부 도시가 된 로마의 사정은 좀 낫다. 심지어 콜로세움이나 포로로마노를 보고 있자면, 로마의 부유함이 얼마나 압도적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2,000년은 긴 시간이고 여전히 일부 풍경은 역사 덕후의 시간 감수성을 요구한다.


2,000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보존이 잘 된 제국 로마의 흔적들

     지금의 부자 도시는 단연 뉴욕일 터. 돈과 사람이 모이는 욕망의 도시 뉴욕은 현재의 부유함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준다. 뉴욕의 장점은 현재성, 단점도 현재성이다. 세련됐지만, 시간의 흔적을 느끼기 어렵다. 천 년 후에 후손들이 생존해 있다면, 뉴욕의 마천루를 보며 감탄할 수도.


사람 보는 재미가 있는 뉴욕

      파리는 복 받은 도시다. 17세기 18세기, 루이 14세와 나폴레옹을 거쳐 유럽 최강국이 된 파리는 아름다움, 시간의 흔적, 건물 보존상태 등이 가장 균형 있게 발달했다. 19세기 계획도시의 승리랄까. 굳이 단점을 꼽자면, 프랑스인 특유의 미학적 강박이 도시 풍경의 자연스러움을 저해한다.


계획도시의 코스모스, 파리

     그렇다면 조상 덕을 가장 크게 누리는 최고의 도시는 어디일까. 피렌체다. 고풍스러운 피렌체 도시 풍경을 보고있지면, 파리는 피렌체의 아류처럼 느껴지는 걸 부인하긴 어렵다. 14,15세기에 지은, 오래됐지만 규모적으로 압도적인 피렌체의 흔한 건축물들을 보다 보면 일단 이곳에 돈이 얼마나 넘쳐났는지 상상할 수 있다. 금융 부호 메디치 가문은 주체할 수 없는 돈을 건축 예술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메디치 가문의 집무실, 우피치 미술관

     500년이란 시간은 역사 덕후가 아니더라도 체감하기에 적당한 긴 시간이며, 도시의 보존 상태가 파리 못지않게 훌륭하다. 만약 우리에게도 조선왕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가 있었다면, 피렌체만큼이나 유명한 관광 도시가 되지 않았을까. 결국 부자도시 피렌체는 500년이 지난 지금도 메디치 가문 덕분에 관광객들에게 세금을 걷어가며 풍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피렌체 부의 상징, 브루넬레스키의 돔

     물론 내가 지금 피렌체에 있기 때문에 이런 주관적인 평가를 내린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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