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집 구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고, 약 한 달 정도는 호텔에서 지내야 했다. 아내는 파리 관광객 느낌을 내겠다며 루브르 근처 숙소를 예약했지만 파리에 도착한 순간, 숙소 예약이 제대로 되지 않음을 알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숙소의 실수였다) 아이들은 피곤한 얼굴로 거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내는 급하게 Montorgueil 근처의 숙소를 예약했다. 루브르 박물관 인근에서 Montrogueil까지 약 20분 거리(체감은 1시간)를 이민 가방 2개 포함 총 8개의 짐을 끌고 아이들과 걸었다. 챙겨 온 간장 뚜껑이 열렸는지, 가방 하나에서 냄새가 진동했다. 코블 스톤 위를 굴러가던 이민가방 바퀴 소리는 또 어찌나 컸던지. 야외 카페에서 밥을 먹던 파리지엥 모두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주변도 붐볐다.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한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파리의 가장 중심가를 여름휴가철에 걸었던 거니, 사실 인파를 피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가방을 방에 던져놓고 아이들을 재운뒤, 아래층 카페에서 와인을 마셨다. 파리에 도착해서 처음 먹은 와인과 치즈였다. 그날 이후 아직까지도 그 와인보다 맛난 와인을 못 마셔봤다. Montorgueil 거리의 그 가페 앞을 지날 때면 아직도 간장 냄새가 떠오른다. 내겐 그 간장이 프로스트의 마들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