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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카토 Feb 20. 2023

0219@Yerevan

Cascade


양 옆에 위치한 나라 둘,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이 편 먹고 괴롭히는데 믿었던 러시아마저 도움을 외면하니 아르메니아는 외롭다. 심지어 아제르바이잔 영토 안엔 아르메니아 집단 거주촌이 있는데, 그곳은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우리 땅에서 나가라는 거고, 아르메니아는 여기서 몇 백 년을 살았는데 어쩌라는 거니, 두 입장이 다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아르메니아의 슬픔은 현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1차 대전 당시 오스만튀르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잔혹한 방법으로 아르메니아인 50만 명을 학살했다. 독일이 전쟁 패배의 희생양을 유대인에게 돌린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더 슬픈 일은 그다음에 벌어진다. 아르메니아가 소련으로 병합되면서, 아르메니아 학살은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 히틀러는 '결국 아르메니아인의 절멸을 지금 누가 이야기하냐'는 말을 남기고 기세 등등 하게 유대인을 학살했다. 아르메니아는 그렇게 슬픈 나라다.

 

그런데 오늘 예레반 시민 한 분에게 Armenian Genocide Memorial(아르메니아 학살을 추모하기 위한 공원) 가는 길을 묻자, 그분은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며 100 AED(300원 정도) 동전을 주셨다. 가서 꼭 보라며. 그 얘길 아르메니 친구 Arman에게 하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Genocide가 기억해야 할 역사지만, 외국인이 자신들을 비극적이고 슬프게만 기억하는 게 본인은 좀 불편하다는 거다. 그러면서 Arman은 샌프란시스코 롬바드 거리를 연상시키는 모던하고 세련된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프랑스어로 폭포란 의미의 Cascade, 파리로 치면 에펠탑, 개선문에 비견될, 예레반을 대표하는 곳이다. 멀리 Ararat 산도 보인다. 젊은 세대인 Arman이 내게 남겨주고 싶은 아르메니아와 예레반의 이미지는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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