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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with Fugue Feb 23. 2021

트러플과 파스타 이야기


Tagliatelle al Tartufo Nero


질 좋은 제철 페리고 트러플(Tuber Melanosporum)이 한 덩이 생겨서, 향 빠지기 전에 이것저것 해 먹었ᄃ. 마침 냉동실에 또 생면 탈리아텔레가 좀 있길래 간단히 만들어 본 파스타. 생 트러플을 사용하는 파스타는 건면보다는 가급적 계란이 들어간 생면을 사용하는 것이 궁합이 잘 맞는다. 또한 트러플의 미세한 향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 마늘이나 아츄게 등 향을 뽑아내는 다른 재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특히 화이트에 비해 향이 약한 블랙 트러플의 경우 더욱 그렇다. 괜히 따야린이나 딸리올리니가 가장 유명한 조합인 것이 아니다.



나의 경우 정말 심플하게 오로지 극소량의 오일, 약간의 버터와 면수만으로 면을 비볐다. 라 같은 육류 베이스 소스에 곁들여도 잘 어울리지만 내 입맛에는 이렇게 먹는 게 제일 좋다. 냉동 포르치니로 풍기 크레마를 만든다거ᄂ 여타 잡다한 재료들을 섞어봐야 트러플 향만 다 묻히고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 제일 최악이라 생각하는 것은 생트러플을 쓰면서 트러플 오일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 휘발유같은 불쾌한 인공 냄새만 남고 좋은 향은 다 소거되고 만다.


트러플도 종류가 다양하고, 종류마다 고유한 향이 다 달라서 재미있는 식재료다. 페리고 블랙이라 해도 어차피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에 비하면 생가보다는 살만한 가격이므로, 맛과 향이 극에 달한 겨울 시즌에는 종종 즐겨볼 만하다. 유통이 좋아져서 요즘엔 인터넷으로도 구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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