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이봉주 마라톤 선수의 명성을 앞세워 각종 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정작 선수를 기리는 도로를 제외한 코스를 설계해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시에 따르면 '제2회 이봉주 마라톤 대회'를 10월 22일 개최한다고 밝혔지만, 이 선수의 고향이자 이름을 딴 서북구 성거읍 소우리 인근 도로인 '봉주로'를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9년부터 6회를 치렀던 '이봉주 흥타령 마라톤 대회'의 코스와 비교해 이렇다 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는 2022년 4월부터 1500만원의 예산으로 이봉주 마라톤 코스 연구개발 용역을 착수해 천안종합운동장 오륜문 광장에서 번영로를 지나 북부고가교 앞까지 뛸 수 있는 코스를 구상했다.
2009년부터 진행됐던 이봉주 천안 흥타령 마라톤 대회 역시 같은 장소에서 번영로를 따라 업성초등학교를 반환점으로 돌아오는 도로여서 별다른 변경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천안시가 고향인 이봉주 선수의 명성을 내세운 홍보성 행사에 그친다는 여론이다.
일각에서는 이봉주 선수가 어린 시절 성거초등학교를 향해 12km를 뛰어다녔던 이야기 등을 참고해 이봉주 선수만의 스토리가 담긴 코스 개발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마라톤 코스가 봉주로를 포함해 산과 언덕을 넘어가야 했던 성거초등학교 등과 관련이 있어야 진정한 '이봉주 마라톤 대회'라고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육종영 천안시의원은 "당시 용역보고회에서 봉주로를 활용하려면 1번 국도를 가로지르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조만간 완공되는 도로가 있어 내년부터는 코스가 변경될 수도 있다"고 했다.
김철환 천안시의원은 "대회가 열리는 시기는 농산물 수확 시기로, 봉주로를 거쳐 직산읍과 입장면, 성환읍으로 이어진다면 천안시의 농산물 홍보는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이봉주 마라톤 코스를 선정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한편, 이봉주 선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1 보스턴 마라톤 대회 1위 등의 기록과 남자 마라톤에서 한국 신기록 등을 보유하고 있다.
천안=하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