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24시간이 아니다.
대충 나의 일상을 되짚어보았다. 일하는 시간, 살림하는 시간, 애들하고 볶는 시간, 자는 시간 다 빼면 오롯한 내 시간을 가지기 힘들다.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하는 다섯 살 딸내미 덕분에 밤 시간도 나의 것이 아니다. 아침에 안간힘을 써서 일찍 일어나는 날에는 그래도 한 시간 정도 나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루틴이 되기 힘들더라.
작년, 만 나이로 40이 되었다. 애 키운다며 나 자신에게 조금도 집중하지 않고 살아지는 대로 살아온 30대를 뒤로하고, 마치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것처럼 큰 포부로 40대를 맞았다. 나에게 40은 뭐라도 될 수 있는 나이라며 안 하던 짓들도 해보려 시도했다. 그중의 하나가 브런치 작가 등록. 그리고 이직한다며 포트폴리오 끄적거리고 도메인까지 사고. 내 커리어가 더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해보고… 10년 넘게 익숙하게 해 오던 일로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꽤나 강하게 들었고, 20대 진로결정 이후 또다시 나를 발견하고 앞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동기가 나를 들뜨게 했다.
그런데 웬걸. (이건 어디까지나 핑계라는 걸 알지만) 그런 나의 목적과 열정 가득한 마음은 일상과 현실에 밀려 사라져 간다. 도대체 나에게 투자할 시간이 없는데 뭘 어쩌라고. 자꾸만 상황을 탓하는 못난 마음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없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시간이 없다는 걸로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는 나를 설명하고 있는 나 자신도 짜증 나는 일이다. 당장 이 브런치만 해도 이게 작가등록 후 처음 올리는 글이다. 평생 글쓰기를 멀리하며 살았지만 그래도 좀 발전적인 삶을 살아보겠노라고 좋은 의도로 나 자신을 푸쉬하려다 “내가 또 그렇지 뭐”라는 씁쓸한 감정만 남은 꼴이 된 것이다.
사실 이런 개인적 이야기를 쓰고자 브런치를 시작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나의 넋두리를 글로 남겨 털어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내일 부턴 매일 아침 이런 생각으로 하루를 맞이하기로.
시간이 없음을 투덜거리며 생산적으로 살지 못하는 나를 타박하지 않기.
나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님을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갖기.
이 모든 다짐을 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면 또다시 다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