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두었던 취업에 관하여
1년 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취업을 준비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게 여태껏 미뤄온 내 핑곗거리였다. 그 핑곗거리를 방패 삼아 참 열심히도 놀았다. 무언갈 조금씩 하긴 했지만 뒤돌아 보면 남아 있는 건 없었다. 자격증 공부도, 돈을 모으는 것도 이룬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내가 돌아갈 곳은 한정적이었다. 결국 나는 다시 출판사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작년에 읽었던 ‘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이 자꾸 생각난다. 읽던 당시에도 지금도 내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책인 것 같아서.
지겨울 때까지 실컷 놀았고, 스스로 일을 하려고 마음까지 먹었으니 말이다. 이로써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나처럼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니까. 일과 떨어져 지내면서 비로소 일에 대한 미움을 덜어 낼 수 있었다. 기꺼이 내 삶의 일부를 일에게 내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젠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다. 필요에 의한 선택이다. 나에게 그것은 작지만 커다란 변화다.
책 속 어딘가에 적혀 있는 하완 작가님의 구절이다. 나는 내 일을 왜 미워했을까, 왜 그렇게 죽도록 하고 싶지 않았을까. 앓던 마음이 그리워졌다. 1년 만에 돌아가는 회사 생활은 나의 필요에 의한 선택이 되었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처럼 변화가 시작됐다.
국취제를 참여하면 매달 이력서를 두 번 이상 넣어야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난 어쩔 수 없이 매달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내가 넣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했다. 처음엔 그저 수당을 받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진짜 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회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작은 의지 하나가 메말라 갔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일이 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순 없으니까 일은 일대로 작은 자리를 내어주고, 나는 작은 숨구멍을 만들어 놓을 거다. 그리고 그 숨구멍을 천천히 넓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도 함께해야지. 실패해도 일어날 수 있는 단단함을 키워야지.
오래 쉰 만큼 또 달려봐야겠다. 이번엔 좀 더 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