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위경련에 관하여

by 고하진

나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아니, 성인이 되고부터 (더 심해진) 늘 함께 하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참을 수 없는 고통 위경련이다. 20대 초반에는 그 고통이 너무 무서웠다. 마치 '내가 위암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건강염려증의 끝을 달릴 정도로. 심지어 그 나이 때는 술도 좋아해서 매일 술을 달고 살았다. 때문에 위암이든 아니든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결국 위내시경을 예약하고 내 위를 구석구석 살펴봤더랬다. 결과는 '아주 깨끗하고 좋습니다.'였다. 그럼 도대체 불시에 찾아오는 공포스러운 위경련의 원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깨끗하다고? 내 위가? 그래? 그럼 됐지!'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위내시경은 끝났다. 원인을 찾지 못한 채로.


10년 동안 위가 아프면 아픈 채로 약을 챙겨 먹고, 약이 없으면 맨 몸으로 참아가며 위경련을 견뎌 왔다. 위경련은 겪어본 사람만 아는 고통. 배와 위, 그 어느 사이를 손으로 쥐어짜는 느낌이다. 걸레에 남은 물기를 조금이라도 더 짜려고 온 힘을 다해 비틀어대는 것처럼. 하지만 더 무서운 건 전조 증상이다. 뭔가 싸하고, 조금씩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나 이제 아플게' 말을 건네듯. 예전에는 그런 느낌이 날 때 미리 약을 먹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는 완벽한 약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며칠 전 10년 만에 병원에 갔다. 위가 아파서 찾아왔다고 나의 증상을 하나하나 읊어댔다. 선생님 또한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시며 내 증상을 세세하게 파악하려고 하셨다. '부스코판(위경련 약)을 먹고 나면 위가 안 아픈가요?' 하는 질문에 내 대답은 '아니요'였다. 나는 단순하게 위가 아픈 거니까 위내시경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안일한 생각이었다. 선생님은 위 문제가 아니라 췌장이나 쓸개(담낭) 쪽의 문제일 수도 있다며, 위내시경을 포함해 초음파, 피검사, 소변 검사까지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내 오른팔은 피검사를 위해 바늘이 꽂혔고, 왼팔은 수면 위내시경을 위해 바늘이 꽂혔다.


10년 만의 위내시경과 첫 복부 초음파의 결과는 여전히 물음표였다. 우선 위는 군데군데 염증이 있지만 큰 문제는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초음파에서 본 쓸개의 두께가 너무 두껍다는 것이었다. 무려 5mm나 된다고. 애초에 쓸개 두께가 두꺼운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그런 경우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기에 또다시 물음표.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6개월 후에 다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쓸개 두께를 살펴보기로 했다. 피와 소변 검사는 일주일 후에 나오기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면 그 물음표가 살짝 지워질 수 있을까? 그래도 다행인 건 걱정했던 췌장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리지는 않지만 아직은 젊기에, 지금부터라도 나의 고장 난 몸을 하나하나 고친다면 좀 건강하게 아프지 않게 늙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혼자 아프면 그렇게 서럽다. 모든 걸 혼자서 견딜 필욘 없지만, 요즘 들어서 내 힘듦을 모두 남에게 보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아직 모든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평범하게 보내야겠다. 아플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근데 고치면 되지. 나한텐 아프고 싶지 않은 의지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