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대하여
20살, 친구들은 모두 대학이란 울타리에서 청춘을 즐겼다. 하지만 나는 대학 대신 알바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사회에서 내 청춘을 흘렸다. 고등학교에서 끝나버린 내 자소서는 늘 초라하고 기가 죽었다. 그리고 남아도는 빈칸엔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변명들로 가득 채웠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냥 뭐랄까? 반반 정도랄까. 집에선 내 대학 등록금을 내어줄 만큼 넉넉지 않았고 나 또한 장학금을 받을 만큼 엉덩이가 무겁지 않았다. 게다가 스스로 등록금을 벌며 공부할 의지도, 머리도 없었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공부란 없는 듯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라한 내 자소서를 채울만한 건 자격증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자격증이 엄청나게 많은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칭찬 스티커 모으듯 자격을 얻었다. 그리고 그 자격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연필을 잡고 공부를 했다. 의미 없다 느꼈던 수능 공부보단 열심히 했지만 코피 쏟을 정도로 하진 않았다. 뒤늦은 공부도 공부였다. 약간 노잼의 영역.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노잼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입학은 쉽고 졸업은 어렵다는 방송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었던 국문학에 눈독을 들였다. 그리고 사람은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입학 전의 설렘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입학 후엔 귀찮음만 남아버렸다. 처음 맞이한 첫 학기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정말 신입생이라도 된 듯 강의도 대충 듣고 시험도 대충 봤다.(사실 진짜 대학의 신입생들이 어떤 지 잘 모른다.) 결과는 뻔했다. 에프는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의 충격이 나를 (조금) 자극했고, 최고보단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나는 대졸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또)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매일 8시간씩 앉아 공부를 하고, 매주 한두 과목씩 시험을 본다. 엉덩이가 가볍고 싶어도 절로 무거워진다. 이번이 내 마지막 자격증이 될 것 같아서, 한 번에 제대로 끝장내버리고 싶나 보다. 사실 이미 내 머릿속엔 새로운 직장의 에피소드로 내 브런치를 가득 채울 상상을 하고 있다. 그러려면 쪽팔리게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지.
며칠 전 아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방송대를 졸업한 나에게 정보를 얻고자 함이었다. 근데 요즘엔 나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뒤돌면 다 까먹는다. 그래도 챗지티를 활용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함) 많은 대화를 나눈 끝에 우린 내년에 함께 방송대에 편입을 하기로 했다. 사실 생각만 그렇다 하는 거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았으니 그때의 내 생각이 전 뒤집히듯 바뀔 수도 있다. 그냥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내 인생에 배움은 끝이 없다는 거다. 나는 계속 공부가 하고 싶다. 최선을 다 해서.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그 도둑질이 공부라서 다행인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