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4일
저의 오래된 고민, 공감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전 리액션이 굉장히 좋은 편이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제가 공감을 아주 잘하는 줄 알아요. 어릴 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 관심 있게 들어주고 공감도 잘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졌어요.
생각해 보면 제 이야기를 남에게 잘하지 않게 된 시점부터 인 것 같아요. 저의 불안한 감정이 타인에게 전달되면서 분위기가 다운되는 걸 견디질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재밌고 웃긴 얘기를 더 많이 하게 돼요. 근데 제가 하지 않는다고 상대방의 감정까지 통제할 순 없잖아요.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그 분위기가 조금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얘기를 무시하거나 대충 듣진 않아요. 뭐랄까, 약간의 영혼이 빠진 공감이랄까요? 저 나름 최선을 다해 상대방을 이해하며 제 생각을 얘기해 줍니다.
오히려 상대방의 고민은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는 일방적인 상대방의 얘기인데요. 정말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어요. 아는 것도 없고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도 모를 때요. 그때는 약간 로봇이 되는 거 같아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계속해서 버퍼링이 걸려요. 근데 또 상대방 눈에는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대충 대답해서는 안 될 것 같고..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가끔 이런 제가 못된 사람 같아요. 상대방은 저한테 얘기하고 싶어서 꺼낸 걸 텐데 말이죠.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나‘도 중요하지만 ‘너’에 대한 존중도 해주어야 하니까요. 사람과의 관계라는 것이 의미 없는 대화만으로는 단단해질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 나름 최선의 공감과 대답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때론 저를 갉아먹는 일이 되기도 하기에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점점 세월이 흐를수록 정답 없는 문제만 주야장천 풀어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이런 게 인생일까요.
물론 저도 상대방의 얘기가 재밌을 때가 있어요. 항상 재미없는 건 아니거든요. 쓰다 보니 그냥 제가 이상한 사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