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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Aug 16. 2023

오징어게임이 되어가는 기후위기


   기후위기는 이제 ‘들끓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선언한 UN의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기후현상을 접하고 있다. 최근 하와이 마우이 섬의 산불 피해는 여의도 세 배 면적의 도시 전체가 하루아침에 초토화되는 영화 같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기후재앙 소식은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충격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살기에는 너무나 공포스러운 미래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록 자신이 직접 기후재난의 피해자가 아니어도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가 없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식량난일 것이다. 농작지가 파괴되거나 기온상승으로 작물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수급의 불균형 등으로 식량 공급이 불안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제시스템도 이대로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모든 산업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그 보다 더 힘든 것은 바로 정신적 무기력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자기 수명대로 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실제로 지금 국제사회의 결론은 지구온도 상승을 1.5도로 막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지구온도는 1.18도에 도달했고 이 추세대로 간다면 앞으로 2030년이면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우리 삶 자체가 오징어게임이 될지 모른다. 생존을 위해 건너야 할 선택지가 너무 많이 우리 앞에 닥쳐오는 것이다. 갑자기 산불이던, 홍수든, 태풍을 만나 운명이 좌우된다. 백화점에 갔다가 흉기에 사망할 수도 있다.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날마다 그 선택지를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세상이 다가오는 것이다.


   2015년 파리협약에서는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제한하기로 약속하였지만 그 시기는 계속 앞당겨져 2030년에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2100년쯤에는 약 4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GDP는 약 30% 정도가 감소할 것이고 해수면은 1m 정도 높아져 해안 도시 대부분은 바다에 잠기게 될 것으로 에상한다. 수많은 해안 도시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기후난민들의 대 이동이 벌어질 것이고 사회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미래 재난영화들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를 현실에서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청년 세대의 상실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런 이유로 마약이나 묻지마 폭력이 늘어나는 것은 아닐지.  이를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교육을 시킨들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대한 변화를 위한 도전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마음을 고쳐먹고 지금과는 다른 삶의 의미를 추구해야 하며 그것이 빠르게 확산되어 지구 시민 전체가 동참하는 기적을 기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제안을 해 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 해 본다면


   첫째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확실한 지향점이 설정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목적지를 향해 달리려면 연료가 떨어져도 안 되고 고장이 나도 안 된다. 그런데 인류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지금 연료도 부족하고 곳곳이 고장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멈출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성은 바로 그런 의미다. 그런데 이렇게 고장난 차를 끌고 힘들게 달리는 상황에서 목적지마저 사라진다면 차를 고치는 것조차 무의미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가고자 했던 '물질 추구'라는 목적지가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물질 추구를 해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서 지구 곳곳이 망가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보다 새로운 목적지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목적지를 찾지 못한다면 차를 수리할 의욕이 생길 리 만무하다. 안타깝게도 국제사회는 자동차를 수리할 희망과 용기를 줄 새로운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고장 난 차를 끌고 물질 추구라는 갈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내몰리듯 끌려가며 무기력 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목적지는 분명하다.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깨닫지 못한 결과가 기후위기라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하나의 운명공동체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곧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개인의 탐욕을 벗어나 인류공동체가 하나임을 깨닫고 공동의 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상식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새로운 목적지 설정은 가능할 것인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데드라인이 불과 십여 년 남아있다는 점이다. 공멸이냐 아니면 극복이냐를 결정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과감한 도전이 가능하다. 이판사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방법론으로 ESGG(Ethical Sustainable Global Good)를 제안한다. ESGG는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지구적 선을 추구하자는 것이고 그것을 추진하는 방법론으로 ESGG를 제안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지금의 상식으로 극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향했던 물질추구를 버리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야 해결이 가능하다. 지구적 선(Global Good)은 인류가 운명공동체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지향점이요 이를 추구하는 가운데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지구적 질서를 통해 새로운 문명을 만드는 일이요.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길이다. 이런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 없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하루빨리 방향을 틀어 지구시민 모두가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데 동참해야 한다. ESGG의 대규모 확산은 이러한 지구적 질서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 디지털전환(DX)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인류는 물질 추구를 하는 가운데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세계를 빠르게 확장해 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되면서 인류의 정신적 성숙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막다른 골목으로 쳐박히는 상황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갖게 할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곳이 바로 디지털세상이다. 이는 인간의 정신적 영역에 속하는 곳이며 인류가 정신적 성숙이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진화다. 그러므로 현실세계가 디지털세계와 연결되어 스마트해지고 최적화되고 상상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 곧 미래사회의 모습이다. 명품가방을 추구하던 소비자들이 NFT와 같은 디지털 명품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세계를 최적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현실세계보다 훨씬 큰 무한한 디지털세계를 통해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지구시민들이 창조하는 세상은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 어떤 현실세계의 가치도 디지털세계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그것이 가속화되는 것이 기후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지난 펜데믹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이브리드로 정착된 것이 아주 좋은 예이다. 불과 3년 만에 디지털은 교육이나 업무에 있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세 번째로 기후위기 극복은 인류가 다음 문명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일지 모른다.


    이러한 지구적 선이라는 목적지가 설정되었다면 당장 해야 할 일은 자동차를 쌩쌩 달리게 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자동차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이를 고쳐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안타깝게도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것이 목표대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기후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과감한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 건 가야할 고장난 차를 끌고 가야한 목적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질 추구를 계속하자니 차가 더욱 더 고장이 나는 상황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려가자니 목적지가 점점 불투명해 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털털거리면 달리고 있지만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대로 가다가 중간에 멈춰서는 것 아니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새롭게 자동차를 고쳐 달리는 것 뿐이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구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지금 운전대를 잡은 자들은 물질 추구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던 사람들이다. 그들에게서 새로운 목적지에 대한 비전이 나올 리 만무하다. 설사 누군가 그 목적지를 제시한다 하더라도 결코 그들이 운전대를 호락호락 내 놓을 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자동차를 새로 고쳐 지구적 선이라는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구시민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서야 한다. ESGG는 그런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구체적이면서 급진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방법론으로 자발적탄소중립시스템(VCNS; Voluntary Carbon Neutral System)을 제안한다. 기존의 방법보다 빠르게 진단하여 대응방법을 찾고 이를 확산하는 형태로 모두가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해 보자는 것이다. 사실 국제사회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매우 급성장 중이다. 이는 어찌 되었던 바람직한 소식이다.


   맥쿼리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산업 탄소 배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민간부문 기업에 초점을 두는 기후행동 100+ 은 2017년에 설립했을 때 4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제는 83개 기업 넷 제로를 약속해서 연간 83억 톤을 절감했다고 한다.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와 같은 마이너스 배출(negative emissions)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상태다. 2021년 1분기에만, 9억 이산화탄소 환산톤(tCO2e) 이상의 탄소상쇄권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되었으며, 이는 독일의 1년 탄소 배출량보다 큰 규모다. 처럼 자발적 탄소 상쇄 시장의 상쇄권 발급(issuance) 규모가 큰 성장을 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현재 통용되는 방법론은 여전히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 소량의 탄소시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참여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디지털전환(DX)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고 또한 목적에 부합하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가벼운 방법으로 더 많은 참여자가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DX재단은 이런 취지에 맞게 기후성과인증(GCR)과 탄소감축인증(CRC)등으로 구성된 자발적탄소중립시스템(VCNS)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우리가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파악하듯이 재무제표 등 몇 가지 자료만으로 간단하게 자신의 탄소배출량이 동종업계 평균값과 비교하여 많은 지 적은지를 평가하고 평균보다 적게 배출하는 경우 5등급에서 1등급의 인증을 해 주는 것이 바로 기후성과인증(GCR)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아직 사용되지 않는 방법이지만 중소기업의 탄소배출에 대한 현상을 파악하는 매우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후기술이나 서비스가 적용되어 탄소를 줄이는 경우, 적용 전 후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하여 탄소감축량을 인증는 제도가 탄소감축인증(CRC)이다. 이는 탄소상쇄권으로서 지자체의 의무 탄소배출권 구입시 활용되거나 기후성과인증(GCR)시 탄소상쇄폐기(retirement) 실적을 반영하여 등급 상향을 추구하는 등의 수요를 만들어 거래시장을 활성화하 탄소감축을 촉진하고자 한다. 특히 디지털인증서발급하여 향후 빅데이터 활용이나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했고 아주 작은 탄소감축량도 탄소상쇄권으로 유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몇 가지 제안을 했지만 이런 노력은 지구시민 모두가 나서서 동참해야 할 때이며 누구라도 더 좋은 방법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끄듯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추진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만약 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인류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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