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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Aug 05. 2023

지구는 글렀어 !!

   독일에서 반도체를 전공하는 한 여학생의 자조적인 탄식이다. ‘지구가 글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여학생의 부모는 물론이고 이를 알게 된 필자도 꽤나 충격적이었다. 개인이 지구를 글렀다고 평가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닫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며칠 턱하고 숨이 막힐 지경의 날씨를 겪으면서 아 정말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살 곳이 못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어느 모임에 가도 기후위기는 대화 주제로 올라온다. 1년 전 만 해도 경험하지 못한 광경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게 공포스러운 기후현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심해질 거라는 점이다. 2030년 전후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 인류는 멸종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고 2100년 정도면 해수면의 상승으로 뉴욕 등 해안가 도시들은 바다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다. 지구는 글렀다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더 정확한 표현은 ‘인류는 글렀어’가 맞다. 인류가 저지른 문제를 지구는 열심히 정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례적인 자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인류가 퇴출되어가는 모습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인류가 글렀다’고 생각하는 것이 비단 그 여학생뿐이겠는가. 전 세계 MZ세대는 물론이고,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겠지만 무기력하다. 이 세상은 여전히 눈앞에 이익을 추구하며 돌아간다. 태풍이 강력해지고, 가뭄이 지속되고 대규모 산불이 나고, 산호초가 다 죽어가도 그건 내 삶과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묻지마 칼부림이 발생해도 그건 당장에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런 현상의 확산은 결국 우리 숨통을 죄어 올 것이다. 한 두 곳의 칼부림이 점점 확대되면 모든 사람이 서로 불신하며 극도의 공포감을 갖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도 머지않아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식량 문제 등으로 확대되어 사회불안이 커지게 되면 그 때부터는 돌이길 수 없는 극단의 공포 속에 삶을 견뎌내야 한다. 그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마약은 알게 모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정신 질환자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학교 교사가 자살을 하는 상황이니 ‘지구는 글렀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겠는가. 출산을 장려한다고? 그래서 생산인구를 늘리겠다고? 지구가 글렀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2022년 6월에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홍수로 잠겨 1300만 명이 집을 잃었다. 올해 6월에는 호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10만 가구 이상이 집을 잃었다. 4월에는 일본에서도 태풍으로 10만 가구 이상이 집을 잃었다. 그런 상황을 겪은 분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상상해 봤는가. 마약이 늘어나고, 묻지마 범죄가 늘어나고, 정신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마치 미래가 핑크빛인양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곳에 취직해서 돈 많이 벌고 행복하게 살라고 주문하는 부모세대를 MZ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런 것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는 지구는 글렀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완전 미친 사회로 보이지 않을까. 이런 불안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결혼을 하라고? 자기 명줄대로 살게 될지도 모르는 이 땅에 아이를 낳으라고? 탄소를 미친 듯이 내 뿜으며 우리를 죽게 만드는 기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라고? 어쩌면 이런 모순된 현실이 우리를 더욱 모순되게 만들어가는 지 모른다. 


   하루 빨리 인류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전하는 어벤저스가 늘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미쳐 인류적 문제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청년들에게 이제는 지구는 글렀다고 무기력하게 놔 둘 것이 아니라 중지를 모아 인류적 문제를 해결하는 전사가 되게 해야 한다. 우리 부모세대가 굶주림을 벗어나려고 갖은 노력을 다 했듯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인류를 구하는 일에 매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금 국제사회가 가진 해결책으로는 도저히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 지푸라기로 잡는 심정으로 모두 나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가 사는 길이요. 삶의 의미를 되찾는 길이다. ‘지구는 글렀어’를 ‘지구를 살리자’고 굳게 다짐하고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이런 도전이 가능한 시간은 불과 10년 남짓이다. 인류는 이제 마지막 찰나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 지구를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다시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것이 지구를 풍요로운 공존의 인간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마지막 선택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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