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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Jul 14. 2024

포스트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

More from Less

이 글은 앤드루 맥아피의 More From Less (포스트피크, 거대한 역전의 시작)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생각(파란색 글자)도 첨언 한 글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탄소감축 등 그린전환(GX)이 시급히 그리고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그린전환(GX)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모든 사람들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전체를 생각하며 행동하는 지구 시민 의식을 갖는 사회전환(SX)이 동시에 일어나야 합니다. 이와 함께 디지털전환(DX)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하며 대전환의 촉진제 역할을 해 주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며, 이대로는 기후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매우 급진적인 도전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자원 소비의 재배치, 사회적 불평등, 환경 비용, 탈물질화의 한계 등을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 혁신에 의한 변화가 매우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선진국이 탈물질화에 성공하고 있는 이면에는 고탄소 산업의 저개발국가로의 재배치를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선진국이 저자의 주장대로 탈물질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에 한 발 다가서고 있다면 여전히 많은 문제로 고통받는 지역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하여 우리의 기술과 컨텐츠가 기여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기후테크와 컨텐츠를 저개발국가에 적극 보급하여 지구적 선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신산업 확장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리에 부족한 면이 많이 있겠지만 넒은 마음으로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산업화는 인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나 한편으로는 지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산업화 이전에는 멜서스의 예측이 계속 나타났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때 자원의 공급은 산술급수적으로만 증가하여 결국 자원 부족과 인구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인구와 자원 사이의 불균형이 주기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멜서스가 예상했던 인구와 식량의 증가 속도의 차이로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갔다.


멜서스가 <인구론>을 출판하기 22년 전에 나온 한 기계 때문에 기근이 만연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이 빗나가고 말았다. 이전에는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동력원은 근력, 바람, 떨어지는 물 정도였는데 증기기관이 발명 된 이후에는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특허, 주식회사 등 과학과 기술, 지식 등 다양한 혁신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 Ian Morris는 에너지 사용량, 정보 기술, 전쟁 능력, 조직화라는 4 가지 특징을 토대로 모리스 지표를 산출했는데 1776년 사회 발달 점수는 빙하기 시대 보다 겨우 45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그 뒤로 100년 사이에 100점이 증가했다. 그 뒤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증기기관의 확장된 능력인 내연기관, 전기 와 실내 배관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실내 배관은 런던의 콜레라 방역 성공 사례를 확장한 것으로, 인류가 더 오래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다. 실내 배관은 인간의 혈관에 비유할 수 있고, 이후 디지털 세계의 확장은 신경계 등 정신적 확장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류의 진화도 인간의 성장과 닮아 보인다.


이렇게 호모사피엔스 인구가 10억 명에 이르는 데 20만 년 넘게 걸렸지만 이후 125년, 31년, 15년, 12년, 11년으로 짧아져 지금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70년에 29세에도 못 미쳤던 기대수명이 2세기 뒤에 60세로 늘어났고, 지금은 더욱 더 늘어난 상태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지구에 영향을 끼치는 종으로 성장했지만 지구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환경의 제약을 목적에 맞게 바꾸는 방법을 터득한 것은 맞지만 그 일을 현명하게 잘 한 것은 아니다. 그 결과 인류는 기후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우리가 저지른 크나큰 실수는 사람들에게 생산 기구의 일부가 되도록 강요하고, 땅과 자원 그리고 동물을 무자비하게 자원으로 활용하고, 산업적 생산의 부작용으로 생기는 끔찍한 오염에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재산으로서의 인간, 땅에 대한 지독한 욕망 등을 추구하면서 얻은 것은 회색 하늘이었다.


지구의 날이 시작되다.

인간이 만물의 지배자는 커녕 자연의 일부이며,

다른 모든 생명을 통제하는 동일한

우주적인 힘들의 지배를 받는다는 인식이

여기저기에서 확산되고 있다.

인간의 향후 복지와 아마 생존까지도

그런 힘들과 맞서기보다는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법을 터특하느냐에 달려 있다.

레이켈 카슨 <생명과학에 관한 고찰> 1958년


1970년 4월 22일 미국에서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열렸다.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 되었는데 이주 가장 인상적인 이벤트는 지구돋이(Earthrise)였다. 달의 표면 위로 반쯤 그늘 지고 구름에 감싸인 파란 행성 지구가 떠오르고 있는 경이로운 모습의 사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사진은 곧바로 전 세계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지구돋이는 우주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점이 되었다. 우주가 지구의 어떤 의미인가에서, 우주에서 지구가 어떤 의미인가로 바뀐 순간이었다. 이런 사건 이후 현대 환경 운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21세기 말에 기후 위기로 인해 수 많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처럼 첫 지구의 날 행사 이후에는 20세기에 인류는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1970년 당시의 그러한 견해를 몇 개 인용하면,


        스미소니언협회 사무국장 S 딜런 리플리 박사는 ‘25년 안에 모든 생물 종의 75-80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라 주장했다.

        생물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 월드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맞서서 즉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15년 ~30년 안에 문명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탈물질화의 놀라운 업적

음… 상황이 변하면 나는 생각을 바꾼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는지?

폴 새뮤얼슨, <밋 더 프레스>, 1970년


환경과학자 제시 오스벨은 2015년 쓴 <자연의 귀환; 기술은 어떻게 환경을 해방시키는가?>에서 미국인들이 1인당 자원을 점점 덜 소비할 뿐만 아니라, 철강, 구리, 비료, 목재, 종이 등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들 중에서도 소비를 덜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후 이도 워닉 Iddo Wernick, 폴 왜거너 Paul Waggorner 와 함께 미국의 100가지 상품들의 사용량을 1900-2010년에 걸쳐 상세히 조사한 결과, 36가지는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하고 있었고, 53가지는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이미 정점에 도달했음을 밝혔다. 몇 년 전 크르스 구달 Chris Goodall은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연구결과로 발표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가 성장한다고 물질적 환경에 가하는 압력이 반드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지속 가능한 경제가 반드시 무성장 경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힘입어 물질 소비 보다는 질적 소비가 늘어나는 것으로 이러한 탈물질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다수는 앨프레드 마셜과 윌리엄 제번스의 시대부터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열리는 날까지 분명히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이 추세가 꺽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광물 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알루미늄, 니켈, 구리, 철강,, 금 등의 총 사용량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GDP 성장을 포함하면 이 탈물질화가 더욱 인상적이다.

이 같은 현상은 건축물, 목재, 에너지 총소비량 등에서 비슷한 추세를 나타낸다. 플라스틱의 경우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다.


미국 경제의 폭넓으면서 깊은 탈물질화의 배후에는 CRIB 전략이 있다고 생각한다. CRIB는 첫 지구의 날 이후부터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으로 널리 알려진 덜 소비하고(Consume less), 재활용하고(Recycle), 제약을 가하고(Impose limit), 귀농(Back to the land)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기여자가 아니었다.

다시 말해 소비를 대규모로 줄이거나, 대규모 귀농이 일어나지 않았다. 재활용은 많이 늘었지만 이것은 탈물질화와 무관하다.


요약하자면, 소비 증가는 최근 들어 몇몇 사례들에서는 느려져 왔다. 그런데 자원 이용의 증가는 역전되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 사회 자체는 아직 탈성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자원 이용과 성장(소비, 부, 경제)을 분리해 온 것이다.


탈물질화의 원인,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

산업시대 내내 우리의 자원 소비량을 대폭 증가 시킨 원인이 바로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었다. 그러니 이것이 탈물질화의 원인이라고 하면 의아해 할 것이다. 윌리엄 제번스와 엘프레드 마셜의 개념은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언제나 더 많이 써서 더 많이 얻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심란한 결론으로 이어진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자원 소비량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은 덜 소비하면서 더 얻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오래전부터 주요 농업국이었다. 생산 증가에 따라 농경지는 1982년에 1억 5,000만 헥타르에 달했지만, 이후 농경지는 10년 사이에 늘어난 면적만큼 다시 줄었다. 하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다시 말해, 기술 혁신이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수많은 기기들을 앱이라는 소프트웨어로 내재화하였다. 카메라, MP3 플레이어, 네비게이터 등 많은 전자기기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 역시 탈물질화의 좋은 예다.


탈물질화는 다음 같은 기본 원리 집합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늘 더 많은 자원을 원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욕망은 한없이 늘어나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그렇다. 그러나 지구 자원의 사용량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다양한 음료를 원하지만, 음료 캔에 더 많은 알루미늄을 쓰려고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통신하고 계산하고 음악을 듣기를 원하지만, 다양한 기기를 다 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에서 경제 성장은 혁신과 신기술 덕분에 자원 소비량과 분리되어 왔다. 이는 최근에 이루어진 심오한 발전이다.

물질은 경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지출하지 않았으면 하는 비용을 발생 시킨다. 따라서 기업들은 경쟁이 심할 수록 비용을 줄이려는 욕구가 대단히 강하다. 어찌됐든 한 푼을 아끼면, 한 푼을 버는 것이다.

탈물질화로 나아가는 길은 여러 가지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자원 이용량을 더 줄일 방법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그들은 해당 물질을 덜 쓰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둘째, 때로는 한 자원을 다른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셋째, 기업은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질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물질의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예 없어지는 것도 있다. 전화기, 캠코더, 테이프녹음기가 저마다 별개의 기기였을 땐 총 세 계의 마이크가 필요했다. 이처럼 아이폰과 그 후속 기기들은 탈물질화의 세계 챔피언에 속한다. 덕분에 금속, 플라스틱, 유리, 실리콘을 훨씬 덜 쓰며 종이, 디스크, 테이프, 필름 같은 매체도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혁신은 예측하기 어렵다.  혁신은 달의 궤도나 정기예금에 쌓이는 이자처럼 꾸준하면서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어디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고,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본질적으로 무작위적이다. 또한 조합적이기도 하다. 조합의 혁신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흥분을 자아낸다.


에릭과 나는 산업시대와 대비시키기 위해서 ‘제2의 기계시대’라는 말을 창안했다. 이 시대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GPS장치는 지도를 인쇄할 필요성을 크게 줄였고, 종이 사용을 줄였다.


철학자 이메뉴얼 메슨은 기술을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식의 조직화”라고 정의 하였다. 앞으로의 기술은 ‘지구적 선을 추구하기 위한 지식의 조직화’로 바꿔 정의해야 할 것이다. 지식 자체처럼 기능도 기술도 쌓인다. 제2의 기계시대에도 지렛대, 쟁기, 증기기관을 잊지 않았으며,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드론을 쓰기 위해 그것들을 버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혁신 자체처럼 기술도 조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인류는 이러한 세속적인 기술들에 의하여 지구로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함으로써 번영할 수 있었던 산업시대가 있었고 그리고 마침내 덜 취하면서 번영하는 법을 깨달은 제2의 기계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생산수단으로서의 자본주의

자본주의는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사람들이 굶어죽거나 위험에 노출되어 죽기를 바라지 않는 모든 사회는 그 일을 이루어야 한다. 자본주의는 그저 그 일을 하는 한 가지 접근법이다. 이 접근법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닌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    자본주의에서는 비영리 기관, 정부, 개인보다는 영리 추구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기업는 누구나 소유할 수 있고, 계속 존속할 것이라고 가정된다.

자유 시장 진입과 경쟁 기업들은 서로의 시장과 소비자를 빼앗을 수 있다.

중앙의 계획, 통제,  가격 설정의 부재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 공급이나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다.

대부분의 것들이 민간 소유   대부분의 자산 즉 집, 차, 땅, 금, 비트코인 같은 것은 개인이 소유한다.

자발적인 교환    시장 거래의 대부분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자율적인 면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감시를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또 한 가지의 특징은 오늘날의 부유한 국가들이 모두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위에 나열한 것들을 대체로 포함하고 있다.


부국과 빈국의 차이는 법이 명확하고 일관적으로 집행되는 지의 여부다. 가난한 나라라고 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정한 사법제도가 부재하다. 공무원들은 부패해 있고, 엘리트 계층은 특별히 대우를 받으며, 법정에서 지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경쟁시장, 재산권, 자발적 교환은 온갖 방식으로 제약을 받는다. 부유한 국가들이라고 해서 이런 직권 남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덜하다.


한계를 극복하다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이 결합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알아보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1972년에 나온 <성장의 한계>를 되돌아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이유에서 흥미로운 자료다. 첫째는 멜서스 이후에 나온 가장 멜서스주의적인 책이다.  제번스가 내놓은 모든 주장들 보다 훨씬 더 암울하다.  이 책은 인구와 산업 성장이 늦어도 21세기에 자원 위기로 멈출 것이라 어느 정도 확신에 찬 주장을 했다. 둘째,  <성장의 한계>는 중요 자원의 알려진 세계 매장량이 1972년에 얼마였는지를 말해 주는 매우 귀중한 자료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금과 은이 있으며 매장되어 있는 양도 여전히 많다. 금, 은, 구리, 알루미늄, 석유 등 모든 자원들의 알려진 매장량은 그 책이 나왔을 떄보다 훨씬 더 많다. 알루미늄의 매장량은 1970년대 보다 25배나 많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잘못된 예측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그것은 저자들이 탈물질화와 새로운 매장량을 찾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명백하게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은 결합하여 이 두 추세 (자원 이용량 절감, 새로운 자원 탐구)를 추진하며, 이 두 추세 중에 어느 것도 위세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매장된 자원 탐구 및 탈물질화를 계속 해 나갈 것이다.


대중의 인식과 정부의 정책이 필요한 이유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의 두 조합 만으로는 지구를 더 가볍게 디디도록 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오염의 부정적 외부효과 negative externality 라는 경제적 이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윤리적 이유다. 외부효과는 거래 당사자들에게 곧장 돌아가지 않는 비용 또는 혜택을 말한다. 기후위기도 거래 당사자들과는 무관한 듯 보이지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시장은 부정적 외부 효과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의 첫 번째 원리는 시장이 작동하고 정부는 시장이 알아서 굴러가도록 놔두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두 번째의 원리는 시장이 부정적 외부 효과를 잘 다루지 못하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의 한 쌍 이외에 필자가 주장하려는 또 다른 쌍은 대중의 인식 public awareness 와 반응하는 정부 responsive goverment 다.


지구의 날 이후로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은 일련이 기념비적인 오염 방지법들을 제정했다. 국민들이 그 문제에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고, 재선되기를 원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이 그 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한 배출권 거래제와 갈은 좋은 착상에 반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응이 원할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고도의 감시체계와 집행력을 갖추는 것이다.

오염 문제에는 다국적 협력이 어렵지만, 역사는 그런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얼마간 안겨준다. 염화불화탄소 CFC가 지구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있다는 위협에 대중적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몇몇 국가의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이 전개되었고, 1987년 9월 몬트리올 의정서에 유엔의 모든 가입국가가 서명을 했다. 먼저 12년 안에 CRC의 50%를 감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여 CFC는 완전히 퇴출될 수 있었고 그 기간도 단축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의 인식과 반응하는 정부의 협력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GMO 식품의 안전성에는 과학적으로 압도적인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만 GMO 작물을 기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가 38개국에 달한다. 이런 집단적인 거부는 이념이 증거에 맞서서, 그리고 환경에 맞서서 큰 승리를 거두었음을 나타낸다.


네 기수의 세계 질주

기술의 발전 속도는 역사상 유례없을 만치 빠르다. 한 세대도 지나기 전에 우리는 고도로 연결된 세계로 넘어갔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에 점점 신기술이 파고든다. 1995년 이래로 헤리티지재단은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 자유 지수 Index of Economic Freedom 를 집계해 왔다.이 지수는 법치주의, 정부 규모, 규제 효율, 공개 시장의 경제적 자유의 네 기둥을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세계 전체로 보면 1995년 이래로 57.6점에서 61.1점으로 6% 증가했다. 이 성장은 주로 유럽의 공산주의였던 나라들이 점점 더 자본주의화함으로써 일어났다. 유럽의 총점은 1995~2018년 사이 거의 20%나 증가했다.


정치학자 크리스토퍼 파리스 Christopher Fariss 와 기스슈너캔버그 Keith Schnakenberg 는 사람들이 정치적 억압, 불법 감금, 고문, 기타 침해로부터 자유로운지 여부를 측정하는 ‘인권 보호’ 점수를 개발했다. 1949~2014년에 걸쳐 조사한 개별 국가들 중 80%는 예전 보다 국민을 보호하는 일을 더 잘했다고 결론지었다.


낙관주의의 네 기수 중 마지막은 대중의 인식이다. 우리가 서로를 그리고 지구를 더 잘 돌봐야 한다. 스티븐 핑커는 <다시 계몽의 시대로>에서, 대중의 인식의 첫 번째 유형이 증가하는 양상을 ‘공감의 원 circle of sympathy’이 확장되는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는 “인간이 남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공감의 원이 가족이나 부족에게서 모든 인류를 포용하는 쪽으로 확장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우리는 세계주의자가 되도록 압박을 받는다. 세계의 시민임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누적되는 변화는 엄청나다. 핑거는 이렇게 썻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문화인 중동의 젊은 무슬림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문화인 서유럽에서 1960년대 젊은이들이 지녔던 것에 상응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중이 인식은 전반적으로 교육을 통해 개선된다. 최근인 1980년까지도 15세 이상의 사람들 중 44%가 문맹이었다. 2014년 무렵에는 이 비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 낙관주의의 네 기수는 또 무슨 일을 했을까? 주된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인간의 조건과 자연의 상태를 폭넓게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둘쨰, 경제 활동의 집중에 기여했다. 점점 더 적은 땅, 농장, 공장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산물을 얻고, 점점 더 적은 기업과 사람으로부터 점점 더 많은 이득을 얻었다. 셋째, 사람들 사이를 점점 ‘단절 disconnection’ 시키고 사회적 자본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첫째 ‘개선’은 엄청난 희소식이며, 둘째 ‘집중’은 장단점이 있고, 셋째 ‘단절’은 섬뜩한 추세다.


훨씬 더 나아지다

최근 우리가 취해온 기본적인 접근법, 즉 낙관주의의 네 기수가 전 세계를 더 빨리 뛰도록 허용하는 접근법은 결코 잘못되지 않았다. 몇몇 분야에서 놀라울 만치 빠르고 폭넓게 개선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수들이 더욱 빨리, 더 멀리까지 달리도록 재촉해야 한다. 운전대를 다른 방향으로 홱 돌리는 대신에, 가속 페달을 더 밟아야 한다.


인류는 다른 종을 멸종의 위기로 내 몰고 6번째 대 멸종에 이를 지 모른다는 경고를 받고 있지만, 자연의 상태를 복원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멸종한 동물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나 새로운 종을 창조하거나 도입된 포식자를 제거하는 일 등이 그것이다. 또한 특정 지역을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기술이 발달하면 농경지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고 훨씬 많은 녹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만 쉽지 않다. 예외적으로 미국에서는 프래킹 혁신으로 총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그러나 인류는 온실가스를 다루는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지속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2016년 경제학자이자 논평가인 노아 스미스 Noah Smith는 전 세계에서 나온 빈곤의 증거들을 검토했다. 세계 빈곤자의 총수는 1970년 첫 지구의 날 무렵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그 뒤로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21세기 초에는 이러한 감소세가 가속되면서 지금은 대폭 줄어들었다. 이 밖에도 생활 수준이 나아졌고, 기대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집중의 힘

2018년 유엔은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 지역에 살며, 그 비율이 2050년까지 68%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도시의 정의를 표준화하고 위성 자료를 써서 지구 전체를 조사한 유럽연합집행위원회의 경제학자 루이스 다익스트라 Lewis Dijkstra와 그의 연구진은 2015년까지 이미 세계의 84%가 도시화 되었으며, 기존 추정값들과 정반대로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가 북아메리카, 유럽보다 이미 도시화가 더 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부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하지만 불평등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공정의 문제다. 인류는 본래 공평한 분배가 아니라 공정한 분배를 선호하며, 공정성과 평등성이 충돌할 때 불공정한 평등보다 공정한 불평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유대감의 약화가 불러온 단절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개인 사이의 연결 즉 사회 관계망과 그 망으로부터 생성되는 호혜와 신뢰의 규범’을 사회적 자본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의의 중요한 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 (이를 테면 시민과 정부, 학생과 학교 사이의 관계 같은 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것이다. 둘째는 법원에서 인정하는 공식 제도가 아니라, 선의와 선행에 보답하는 행위의 원천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자본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의 산물이므로, 사회적 자본의 감소를 가리킬 때 ‘단절 disconnection’이라는 용어를 쓴다. 단절은 관계의 악화나 끊김을 말한다.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듭의 수 감소다. 이 감소는 경제의 건강에 안 좋다. 신뢰와 호혜성에 의존하는 사업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단절이 사람의 건강에도 매우 안 좋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서 명확히 밝혀지고 있다. 2018년에 세계보건기구는 ‘외로움(고독)’이 전 세계 자살 위험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 발표했다. 세계의 ‘마약과의 전쟁’에 관해 연구하고 글을 쓰는 요한 하리 Johann Hari는 이렇게 말했다. “중독의 반대말은 제정신이 아니라, 연대다” 사회적 자본과 약물 남용에 따른 죽음 사이에 강력한 반비례 관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모든 조건들이 같을 때 사회적 자본이 적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졌다. 연구진은 미국인들이 ‘홀로 볼링을 치고, 함께 죽어간다”고 결론 지었다.

경제활동과 사회적 자본은 서로 강하게 맺어져 있다. 공장의 조립 라인이 멈춘 뒤에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이전처럼 유대를 유지하기 어렵다. 집중은 많은 지역의 공동화를 유발하고 이것은 곧 사회적 자본의 감소로 이어지게 한다.


언론인 빌 비숍 Bill Bishop은 가치와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과는 점점 유대를 덜 맺고, 대신에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상을 ‘대분류 Big sort’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가장 편한 느낌을 주는 집단을 선택함에 따라서 국가는 점점 정치적으로 분리되고, 다양한 견해를 지닐 때 나오기 마련인 혜택은 자신이 속한 동질적인 집단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는 태도 앞에서 사라진다.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자기 내면의 신념이나 견해를 바꾸는 것을 유달리 꺼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단절은 중요한 현실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방해할 수 있으며 효과적인 행동을 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그것에 세계적인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미래 예측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폴 로머 Paul Romer의 가장 큰 공헌은 신기술을 기업이 외부에서 사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창안하는 무언가로 생각하는 편이 최선임을 보여준 것이다.

즉 기술 혁신과 지식 축적이 경제성장의 핵심임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자산은 비경합적(non-rival)이고 비배제적(non-excludable) 자산으로서 한 사람이나 기업이 지식을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지식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 시킨다고 봤다. 이 모델이 함축한 가장 흥미로운 긍정적 의미는 인적 자본의 총량이 더 큰 경제일수록 더 빨리 성장한다는 것이다.

로머의 개념은 디지털 도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가 지구에 혜택을 줄 수 있음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이 도구들이 기술의 중추적인 역할을 아주 잘 해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무수히 많다. 둘째, 배재성 방식을 통해 확산에 기여한다. 기업이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디지털 도구가 더 강하기 때문에 배제하기가 쉽지 않다. 셋쨰, 이와 같은 확산이 미래의 성장을 위한 인적 자본의 빠른 성장을 돕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계속 개선되고 불어나고 경쟁이 확대되면서 계몽 운동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 결과 줄이고, 교환하고, 증발시키고, 최적화하는  놀라운 사례들을 보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경제의 탈물질화와 많은 이의 부 증가를 계속하고 촉진하는 한편으로, 오염 같은 부정적 외부 효과와 사회적 자본의 감소에 대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우리는 기술 발전과 자본주의라는 기수의 첫 번째 쌍이 우리를 제2의 기계 시대로 더 깊이 태우고 갈 수 있도록 재촉하는 한편으로, 기수의 두 번째 쌍인 대중의 인식과 반응하는 정부가 자본주의를 적절히 제약하고 급속한 변화로 생기는 그 밖의 피해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탈물질화를 처음으로 규명한 대학자인 제스 오스벨은 “우리는 자연을 무가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즐길 수 있다.

세계에서 네 기수가 가장 멀리까지 달려나간 지역들에서 마침내 우리는 덜 쓰면서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지구를 착취하고 지구에 피해를 입히는 단계가 정점을 넘어섰다. 물론 그 일은 충분히 빨리 일어난 것도 아직 충분한 수준으로 일어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계속 점점 더 많은 지역에서 덜 쓰면서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


이 책에서 살펴본 많은 이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그 기쁜 이정표가 어떡헤 놓이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그 추진력을 계속 유지 할 지를 이제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온전한 지구에서 더 번영하면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를 말이다. 우리의 창조주들과 후손들은 이전환경을 보면서 아주 흡족하게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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