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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사회로의 도전

by 전하진


현대 인간사회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문턱에 서 있다. 기후위기, 생물종 멸종, 에너지 고갈, 감정적 고립, 공동체 해체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은 더 이상 개별적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한 문명의 작동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구조적 위기의 징후다.


이 위기의 본질은 간명하다. 인간사회가 자연의 질서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고립된 ‘성장 시스템’으로 구축한 결과다. 도시화와 세계화는 효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했지만, 그만큼 생태계로부터 인간을 분리시켰다. 우리는 땅을 보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으며, 계절을 느끼지 않고도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단절'은 결국 우리 자신을 병들게 만들었다.


생태적 전환이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되새기고, 그 흐름 속에서 다시 자리를 잡는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이 전환은 거창한 국가 정책이나 기술적 혁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그것은 삶의 방식, 관계의 구조, 가치의 우선순위를 근본적으로 다시 묻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전환은 다음과 같은 도전을 포함한다:


속도의 신화를 버려야 한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더 많이 성취하겠다는 믿음은 현대문명의 축이었다. 그러나 생태사회는 느림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자연의 리듬과 호흡에 맞춘 느린 삶은 곧 지속 가능한 삶이다.


개인을 넘어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자율적이고 고립된 개인이 아닌, 상호의존적인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는 생태적 순환의 기본 단위이며, 자아실현이 가능해지는 삶의 터전이다.


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생태적 전환은 기술 이전에 감각의 전환이다. 흙을 만지고, 계절을 느끼며, 생명을 이해하는 감수성이 살아날 때 우리는 삶의 의미도 함께 되찾을 수 있다.


경제 시스템도 생태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비용이 아닌 가치로 인정받도록, MCC(조각탄소크레딧)와 같은 새로운 가치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원의 소비가 아닌 순환이 보상받는 구조로 이동해야 한다.


이 도전은 어렵고 낯설다. 그러나 우리가 놓인 위기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다. 생태적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우리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며 진화하는 존재다. 이 단순한 사실을 회복하는 일, 그것이 생태사회의 시작이며,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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