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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재발견

생태적 삶의 새로운 문법을 찾아야

by 전하진

기존의 꿈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하나의 꿈을 공유해왔습니다. 부모의 기대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좋은 성적과 명문대 진학, 안정된 직장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른바 '성공'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며 살아왔죠. 그렇게 주어진 틀 속에서 모범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바른 삶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꿈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생태계 붕괴, 자원 고갈과 불평등 심화, 그리고 삶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가 믿어왔던 미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정이 보장되지 않으며, 돈과 지위만으로는 진정한 삶의 가치를 채울 수 없음을 알게 된 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승진과, 소비에 대한 가치도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할 때


이제 가던 길을 멈추고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이 길이 인간과 지구 모두에게 의미 있는 길인지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간사회가 지구 생태계의 작동원리를 무시한채 오직 인간만의 세계를 구축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인간사회라는 박스안에서 효율과 성장을 추구했지만, 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지구 생태계로부터 자원을 마구 취했고, 수 많은 폐기물은 외부효과라고 치부해 버렸습니다. 마치 지구생태계와는 딴 세계에 사는 거처럼 착각하고 살아왔다는 것이죠



인간 사회의 외부효과에 의한 피해 (chatGTP 산정)



하지만 이제 인간도 지구생태계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하나라는 인식의 전환 없이는 더 이상 이 지구 생태계에서 인간이라는 생물종은 생존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생태계는 순환공존 그리고 자율이라는 조용한 규칙으로 운용됩니다.


생태계는 생물종 간의 교감과 공존, 그리고 비생물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지됩니다. 포식, 경쟁, 공생과 같은 생태적 상호작용은 순환, 공존, 자율이라는 기본 원칙 아래에서 이루어지며, 에너지 흐름과 물질 순환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각 생물은 적응, 진화, 도태를 통해 끊임없는 변화와 교란 속에서 동적 평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생물종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생태계의 기여를 하고 죽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사체도 깨끗하게 순환됩니다. 오직 인간 만이 순환되지 않는 폐기물을 남기는 유일한 생물종입니다. 이렇게 모든 생물종은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주변과 공존하고 적응합니다. 만약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오랜 시간 적응하는 가운데 진화도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메커니즘이 자연스럽게 자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국제사회나 국가, 종교 등의 규범이나 지시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 만이 이 거대한 생태계가 마치 자신들만을 위한 것으로 착각하고 생태계를 교란시켜왔고, 이제 생태계의 동적 평형을 위해 퇴출의 압력을 받고 있는 건지 모릅니다.


지금이라고 이러한 생태계의 모습을 이해하고 그 원칙에 따라 우리의 삶의 방식도 되돌려야 합니다.



살림의 재발견


그렇다면 이런 생태적 삶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살림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살림이라는 '살리다'의 명사입니다. 살림은 우리를 살리는 행위를 통칭하는 의미입니다.


오래 전부터 인류의 조상들은 그렇게 살았지만,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이러한 기본 생활을 남에게 의지한 채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인간이 하던 일의 대부분을 기계들이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럴 수록 우리의 상실감은 증폭될 것입니다. 따라서 살림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생태적 삶은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살림부터 배우도록 해야 하며, 늦었지만 우리 모두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곧 생태사회로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먹을 것을 직접 요리하고, 입을 것을 스스로 선택하며, 거주할 공간을 직접 가꾸는 것은 단순한 노동이 아닙니다. 이는 '자각의 훈련'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집에서 빵을 구워보는 사람은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패하고, 온도 조절에 애를 먹으며, 반죽이 뜻대로 늘어나지 않아 좌절합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밀가루와 물, 이스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생기고, 시중에서 파는 빵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율성을 경험합니다.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씨앗이 싹트지 않거나 병충해로 작물이 시들어 속상해하지만, 점차 흙의 상태를 읽고 물 주는 타이밍을 익히며 자연의 리듬을 체득하게 됩니다. 직접 기른 상추 한 잎을 따서 먹을 때의 그 맛은 단순히 영양 섭취가 아니라 '내가 자연과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성취감을 줍니다.


이런 살림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문제들과 부딪치며,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자율성을 회복하고 자기효능감을 키워갑니다.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는 감각을 되찾고, 내 삶의 방식이 자연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과정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고, 순환을 이해하고, 삶의 회복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엄마 지시대로 일어나서 주는 밥 먹고, 시간 맞춰 학교와 학원으로 이끌려 다니며 지식을 주입하는 일을 반복해 온 우리의 삶의 방식은 생태계의 순환과 공존 그리고 자율의 원칙에는 크게 벗어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국제 사회는 더 이상 인간 사회 작동원리가 유효하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MZ세대는 가성비보다 가치 소비를 중시하며, 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고, 제로웨이스트샵과 비건 레스토랑이 성업하고 있습니다. 서울 곳곳에 생기는 도시농업 체험장과 메이커스페이스는 직접 만들고 기르는 삶에 대한 갈증을 보여줍니다.


집중호우와 가뭄이 일상화되고, 미세먼지와 산불로 인한 공기질 악화는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식료품 가격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는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의식의 변화는 영국의 토트네스(Totnes)와 같은 전환 마을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역 단위에서 저탄소 공동체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운동은 지역 주민들이 협력하여 에너지 자립과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풍력 및 태양광 발전에 투자하고, 에너지 공유를 실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가들도 이러한 정책 변화를 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암스테르담의 도넛 경제 모델은 케이트 레이워스가 제안한 경제 모델로,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면서도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넘지 않는 균형 잡힌 경제 시스템을 지향합니다. 이 모델은 사회적 기초(주거, 교육, 건강 등)와 생태적 한계(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등)를 동시에 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합니다. 이를 통해 암스테르담은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각 도시가 환경 문제에 대응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접근 방식은 다른 도시들에게도 모범 사례로 작용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생존과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삶


이제 우리도 부와 물질을 추구하는 우리의 욕망을 지구적 선(Global Good)을 추구하는 새로운 생태사회 구축에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경쟁과 소비 위주의 성공 스토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공존과 순환, 자율의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의미를 찾는 것입니다.



인간은 결코 삶의 본질로 가는 길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습니다.

성장과 발전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생태적 삶의 본질을 지키려는 움직임들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1960년대 히피 문화는 물질문명에 대한 거부와 자연 회귀를 외쳤고, 1970년대 생협운동과 유기농업은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대 슬로푸드 운동은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했고, 2000년대 로하스(LOHAS) 문화는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대중화했습니다.


최근에는 제로웨이스트 운동, 비건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도시농업 등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빵을 굽고, 반려식물을 키우며,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서 위안을 찾았던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마치 진자운동처럼, 성장 위주의 삶이 극단으로 치달을 때마다 다시 생태적 본질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작동해온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리덱서(LeadXer)로의 전환


이제 우리는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생태계의 일원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더 이상 남이 설계한 인생을 살지 않고, 자율적 존재로서의 삶을 선언해야 합니다.


그 전환의 주인공을 전환(X)을 리드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리덱서(LeadXer)라고 합니다.


리덱서는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환경운동가가 아닙니다. 새로운 시대의 문법을 읽고, 삶의 방식과 사회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천적 리더입니다. ‘X’는 미지의 가능성과 교차점을 상징합니다. 기후위기와 기술혁신, 공동체와 시장 사이에서 ‘전환’의 지점을 찾고,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사람. 이들이 리덱서입니다.


리덱서는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생태문해력과 탄소문해력. 즉 생태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탄소의 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입니다.
둘째, AI와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활용 능력. 지속가능성과 공존을 위해 기술을 설계하고 다루는 힘입니다.
셋째, 전환 감수성과 퍼실리테이션 역량. 개인의 변화를 넘어서 공동체를 설득하고 함께 바꾸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리덱서를 어떻게 육성할 수 있을까요? 전통적인 교육 방식으로는 어렵습니다. 지식을 주입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AI와 함께 탐구하며, 실천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영향을 만들어내는 창조 기반의 커리큘럼이 필요합니다. 배움은 교실이 아닌, 살아있는 마을과 기업과 공동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습의 끝은 졸업장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삶의 실천이 되어야 합니다.


리덱서를 육성하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가 생존을 넘어 공존의 질서로 전환하는 과정입니다. 더 늦기 전에, 각 지역과 조직, 학교와 기업은 리덱서 육성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이고 윤리적인 전략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혁명을 이끌었듯이, 파타고니아의 이본 쉬나드가 환경 경영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듯이, 이미 많은 리덱서들이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스마트팜을 운영하며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청년 농부, 제로웨이스트샵을 열어 지속가능한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 기업가, 리사이클링 패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디자이너들이 그들입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리덱서가 필요합니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동네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먼저 변화를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들이 필요합니다.


당신도 리덱서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주변의 숲을 주목하고, 하늘을 보며 숨을 쉬고, 맨발로 땅을 밟고, 표토를 이해하는 일을 시작하는 겁니다. 내 주변과 교감하고 무엇이 삶인지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겁니다.



리덱서는 생태적 삶을 실천하고, 자율적 존재로 깨어나며,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시민 리더입니다. 이제 우리는 리덱스 라이프(LeadX Life)를 살아야 할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리덱서 라이프(LeadX Life)


리덱스 라이프는 단순히 친환경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인간상을 실천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스스로 먹고 입고 사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돌보는 것에서부터, 탄소 감축과 공동체 회복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 영역을 생태적으로 다시 설계하는 실천입니다.


이것을 보다 메커니즘으로 구축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리덱스 라이프는 기후행동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사회적으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자발적 감축 목표(VDC)조각탄소이니셔티브(MCI)를 활용합니다.

마치 우리가 돈을 벌어서 물질소비를 일삼았던 것 처럼 탄소크레딧으로 생태소비의 개념을 확장합니다.
개인의 감축 실천이 공동체의 전환으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고,

디지털 기반의 생태경제 메커니즘을 통해 가치소비와 의미소비의 경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삶의 방식이 개인에서 시작하여 공동체로 확장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혼자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이웃, 학교와 마을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고립된 환경 실천이 아니라 연결되고 순환하는 전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는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리덱스 라이프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공존을 위한 필수적 전환입니다.

우리 모두가 리덱서로서 ‘리덱스 라이프(LeadX Life)’를 추구하며, 부와 명예 중심의 사회에서 가치와 의미 중심의 생태 사회로 전환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선택이 아닌 책임의 문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가 남았습니다.


생태계 붕괴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연결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먼저 나서서 길을 보여줄 때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리덱서가 되어야 합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용기와 지속하는 의지입니다. 당신의 작은 변화가 가족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전해져 더 큰 변화의 물결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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