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방향을 바꿔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20세기 인류는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시대였다.
전쟁과 산업화, 민주화와 개인주의의 물결 속에서 사람들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살아왔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심리학자 아브라함 마슬로우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그는 인간 욕구의 최고 단계로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을 제시했다.
우리는 성공하고, 배우고, 경험하고, 도전하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증명하려 애써왔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위치, 더 특별한 삶.
그것은 우리의 동력이고 동시에 압박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인류는 전혀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자아실현의 결과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기후위기, 팬데믹, 정신 건강의 붕괴, 불평등, 생명 다양성의 상실은 단지 사회문제가 아니다.
인간 중심의 서사, 곧 ‘휴먼로직(Human Logic)’의 한계를 드러낸 경고음이다.
마슬로우는 생의 말년에 스스로 기존의 욕구단계를 수정했다.
그는 자아실현보다 더 높은 단계로 자기초월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진정한 인간의 완성은, 자신을 실현한 후 그 힘을 타인을 위해, 더 큰 생명체계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초월은 더 이상 ‘나’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자기라는 경계를 넘어, 타자·공동체·자연·미래세대와 연결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도덕적 의무라기보다, 존재 방식의 전환이다.
자기초월은 결코 고통스럽거나 금욕적인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이 단계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존재적 해방’과 감각적 충만’을 체험한다.
자기초월의 감각은 소비보다 관계, 성공보다 지속성, 독립보다 순환성에 가까운 삶으로 사람을 이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삶의 ‘방식’을 바꿀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바꿔 놓는다.
지금 한국은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자살률 1위, 청년 절망지수 세계 최상위다.
이는 단지 복지나 고용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자아실현 중심으로 설계해버린 시스템의 한계다.
“더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 외에는 삶의 의미가 부재한 구조다.
이것은 수천년의 에코로직이 DNA에 있는 관계주의적 한국인들이
반세기만에 휴먼로직으로 성공을 이루면서 얻게 된 매우 큰 폐해다.
생태로직과 휴먼로직 사이에서의 갈등구조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큰 고통을 안겨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
왜냐하면 다른 선진국은 에코로직의 향수가 부족하고
글로벌사우스 국가들은 휴먼로직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성공적으로 경험한 대한민국 사람들은
성공의 공허함과 실패의 고통 속에서
그 차이와 문제 그리고 지향점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이러한 독특하고 희귀한 경험을 바탕은
새로운 생태사회의 로직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통의 감정-윤리-공동체 자산을 잃지 않은 채,
산업 자본주의의 도구적 합리성까지 이식받은 세계 유일의 '문명 교차지대'다.
이 문명적 이중 구조는 지금,
K-Logic이라는 새로운 전환 로직의 설계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리고 K-Logic은 새로운 생태사회를 이끄는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삶의 지향점을 ‘완성된 나’에서 ‘연결된 나’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더 나은 기술, 더 빠른 경제 속에서도
점점 더 고립되고 병든 사회로 침잠하게 될 것이다.
SDX재단이 제안하는 ‘리드X(LeadX)’ 운동은
바로 이 자기초월적 삶을 구체적 실천 시스템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운동이다.
VDC(자발적 감축 목표)를 통해 스스로 이타적 자아를 선언하고
MCI(조각탄소 이니셔티브)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생태적 전환을 이끌며
MCC(조각탄소크레딧)를 새로운 의미를 보상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지 ‘환경 캠페인’이 아니다.
욕망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경제적 기반이자,
자기초월의 시민이 일상에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다.
앞으로의 인간 서사는 달라져야 한다.
“더 많이, 더 빨리”가 아닌
“내 주변의 모든 것과 더 가깝게, 더 깊게, 더 오래도록 함께"를 추구해야 한다.
자기초월은 우리가 거대한 생태계의 일원임을 깨닫게 하고 더 없는 해방감을 줄 것이다.
자기초월은 윤리의 명령이 아니라 생존의 감각이다.
생태사회로의 전환은 바로 이 감각이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번져나가는 데서 시작된다.
이제는 자아실현의 서사를 넘어, 자기초월의 시대를 열어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인간 문명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