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는 아무것도 없던 나라였다.
전쟁의 폐허, 폐기된 농경사회, 가난과 절망.
그 바닥에서 대한민국은 믿기 어려운 기적을 이뤘다.
반세기 만에 OECD 가입국이 되었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중심이 되었으며,
탄탄한 디지털 인프라와 제조 역량을 갖춘 글로벌 선도국으로 올라섰다.
사람들은 묻는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외부 원조? 맞다.
근면과 교육열?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다른 힘’이 작동했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공동체 중심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태극기가 상징하듯
생명, 우주, 시간, 존재의 생성원리를 담고 있는
거의 유일한 국기를 가진 나라다.
관계주의적 성향이 강해
항상 우리를 나보다 우선하는 민족이다.
자연과 함께 하며 강인한 회복력으로
수 천년의 문화를 꽃 피웠던 민족이다.
이러한 우리 민족의 독특한 사상은
산업화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불과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전무후무한 국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에코로직에 의한 전통사상이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에코로직(Eco-logic)의 전통은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희미해졌지만,
위기 때마다 되살아났다.
IMF 외환위기, 세월호 참사, 코로나19 팬데믹... 그때마다
우리는 공동체의 회복력으로 다시 일어섰다.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이번에는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재난을 극복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다.
더 이상 성장은 답이 아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이나 기술이 아니다.
바로 새로운 문명의 작동 원리가 필요한 것이다.
K-Logic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경험한
순환, 공존, 자율의 에코로직이라는 삶의 논리와
근대화 과정에서 체득한 속도, 집단 집중력,
디지털 감수성을 융합한 생태 문명 전략이다.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지금의 휴먼로직이 수명을 다해
자연은 소진되고, 사회는 고립되었으며,
우리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한 이 때에
새로운 생태사회로의 전환 전략이 K-Logic이다.
반면 K-Logic은 다음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살림(Salim):
모든 생물종이 그러하듯 이제 인간도 타자의 살림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타자의 살림을 위해 자원뿐 아니라 관계, 정보, 감정까지 순환되도록 설계된 사회 구조.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쓰임의 끝에서 다시 시작하는 패턴을 추구한다.
풍요(Abundance):
자연을 착취하여 일시적인 소유에 만족하는 성장은 무의미하다
모든 생물종과 함께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존(Coexistence):
인간과 자연, 세대와 세대, 지역과 지역 간의 균형을 지향한다.
이는 갈등을 극복하는 기술이자,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K-Logic은 이 세 요소를 통해 ‘문명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이며,
산업화의 혜택과 생태적 전통을 모두 경험한 한국만이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만을 위한 전략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인류 전체가 함께 건너야 할 다리를 놓는 작업이다.
이제 기후 문제는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모여 미래를 바꾼다.
텀블러 하나, 채식 한 끼, 걷기, 중고물품 사용 같은 일상의 선택이 모여
탄소를 줄이고, 그 감축량이 크레딧으로 보상되는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기후전환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막연한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에게 직면한 현실적 위기다.
이제는 묻지 말자. “정부가 뭘 해줄까?”
이제는 말하자. “우리가 먼저 움직이자.”
지금 필요한 건, K-Logic을 오늘의 언어로, 내일의 행동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는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