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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진 Mar 13. 2019

암호화폐, 광풍 이후...

2017년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다. 그리고 변화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는 듯 했다.

그 이후 1년 넘게 지난 지금 광풍은 잦아들고 마치 무책임한 도박판이 사라진 것 처럼 보인다.  물론 많은 계획과 비전이 실현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기술의 진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이런 현상은 처음이 아니라 반복되어 왔다.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이 좌충우돌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을 것이다. 불과 20여년 전의 인터넷 버블이 그 좋은 사례이다. 세상 변화에 대한 충격이 크면 클수록 좌충우돌 광풍도 드세기 마련이다. 그 당시에도 닷컴기업 대표들이 사기꾼으로 몰려 감옥을 가고 채권자들에게 시달리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 손실에 힘겨워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지금 우리 삶에 공기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은가. 아마도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보다도 더 큰 충격파를 인류에게 던질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광풍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초기 광풍이 버블로 끝나는 이유는 기술의 진화속도와 인간의 기대감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인류의 미래를 바꿀 기술이라는 기대감에 엄청난 투자가 몰리지만 기술의 진화속도는 그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직 제대로 작동하는 메인넷을 찾기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의 현 단계는 PC 역사에 비유하자면 MS-DOS로 작동되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윈도우 버전에서 지금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약 20년이 필요했던 것 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우리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기까지는 한 5년은 더 필요할 듯 보인다. 분명한 것은 기술이 일상이 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뿐, 블록체인 산업이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초기 암호화폐들 중 상당수가 실패할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암호화폐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주게 될 것인가?


이런 상상을 하려면 기존의 통념을 뛰어 넘어야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해가 좀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인류의 진화과정 중에 우리는 어디쯤 와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지 어렴풋하게나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왜 로봇이 우리 곁에 다가 와서 우리의 일을 대신하게 되었는지, 왜 배양고기가 탄생을 하게 되는 지 그리고 미세먼지의 공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등 기존의 통념을 근본부터 왜? 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다시 생각을 하지 않으면 굳이 블록체인이 주는 이점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우선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수 많은 자본주의 신봉자들에게는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도구로 인식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좌파 정부라면 블록체인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 할 요소가 너무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차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소극적인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2008년 금융위기가 우리에게 준 교훈은 지금의 금융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검은 그림자를 알아챈 많은 사람들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은 그런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비트코인이 탄생한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수준의  금융위기 124회, 통화위기 326회, 공공부채위기 64회나 발생했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자에 의해 돌아가는 금융시스템은 결국 돈이 돈을 버는 구조이고 이를 통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결국은 환경파괴와 비만 그리고 기아 등 수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그리고 이 구조는 개선되지 않은 채, 계속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언제 터질 지 모를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몇몇 사람이 포커게임을 하기 위해 모였다. 그들이 가진 거라고는 쌀, 옥수수, 닭과 같은 물건들 뿐이라면 어떻게 게임을 할 수 있겠는가. 답답해 하던 차에 누군가 바둑알을 수 십개를 제공해 준다. 아마도 이들은 쌀과 옥수수 그리고 닭을 맡겨 두고 게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설사 한 명이 바둑알을 다 잃어도 게임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조금씩 보태주어 다시 게임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바둑알을 준 사람이 매 게임마다 일정량의 바둑알을 내 놓으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시간이 흐를수록 판돈 자체가 줄어든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는 쌀과 옥수수 닭 등을 더 가지고 와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이 바둑알이 떨어져도 그냥 보태주기가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바둑알의 일부를 지속적으로 떼이기 때문이다. 바둑알에 이자가 붙지 않는다면 그냥 오랜 시간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이자가 붙어 있는 한, 줄어드는 판돈을 보충해야 하기 위해 우리는 바둑알을 더 얻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서민들의 삶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라지는 돈을 보충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둑알을 가진 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바둑알이 바둑알을 벌어주는 것을 즐기면 된다. 그래서 부자가 된다. 일을 하지 않더라고 바둑알만 있으면 부가 계속 쌓이는 구조인 것이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환경을 파괴했으며 그로 인해 더 이상 지구전체를 지속가능않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


이제 이런 문제는 전 인류가 다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블록체인 기술이 다방면에서 적용되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리라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돈을 벌어 살던 인류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물물교환하듯 교환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맞이하게 될 지 모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각박한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리라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세상이다. 어떤 응용사례가 만들어질 지 아직은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런 사회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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